|

늙는 것은 결코 병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신체나 정신적으로 기능이 많이 쇠퇴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질병에 걸리기가 쉽고 치료해도 잘 낫지 않게 된다. 특히, 노인에게 생기는 병들은 대부분 완치가 어려운 만성 퇴행성 질병이며(예를들면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동맥경화, 심장병, 관절염, 각종 암, 치매 등) 동시에 여러가지 병이 한꺼번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 병이 생겨도 증상이 없거나 애매하기 때문에 노인에게 발생하는 병은 진단이 늦어지고 합병증이 쉽게 발생하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기능의 악화를 초래하여 결국 몸져눕게 되기가 쉽다.
노년기(65세 이상)에는 각종 사회생활로부터 은퇴하게 되므로 노년의 생활대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며, 가족 중에 어떤 상실이 있었고 어떤 신체적 변화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보통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특히 여성에게 특별한 문제들이 일어난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며, 혼자 살면서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족 및 이웃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고, 퇴행성 변화와 질환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의료혜택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

◇뇌졸중(중풍) - 중풍이라고 부르는 뇌졸중은 우리나라 노인의 중요한 사망원인중 하나일 뿐 아니라, 반신불수 등의 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중요한 위험요소로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비만, 흡연, 과음, 운동부족 등이다. 특히,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 일과성 뇌허혈증(日過性 腦虛血症)을 유의해야 한다.
|
갑자기 몸 한쪽이 힘이 약해지거나 못 움직이게 되는 증상,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증상, 깜박하고 잠시 정신을 잃는 증상, 한쪽 팔다리가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말을 하려고 해도 잘 나오지 않는 증상 등이 생겼다가 하루이틀 사이에 점차 회복되는 것이 일과성 뇌허혈증의 증상이다. 이것은 거의 대부분 1년 이내에 뇌졸중이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진찰을 받고 필요하다면 뇌졸중 예방약을 처방 받아서 복용하여야 한다.
◇관절염 - 노인에게 생기는 대표적인 관절염은 퇴행성관절염인데, 이것은 관절 속의 물렁뼈가 낡고 닳아서 생기는 병이다. 뚱뚱한 분들에게 더 잘 생기고, 젊어서 무리한 일이나 노동을 많이 한 사람들에게 잘 생긴다. 따라서 비만한 분들은 체중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고, 관절을 잘 보호하기 위해 항상 관절을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하며, 더운 목욕을 자주하거나 관절에 뜨거운 찜질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내에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치매 - 노인이 되면 가장 걸리기 싫고 무서운 병이 「노망(老妄)들었다」고 하는 치매이다. 치매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알츠하이머 치매이고, 다른 하나는 혈관성 치매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가 없고 대개 유전적인 소인이 크기 때문에 부모에게 치매가 있었다면 더 잘 걸린다. 혈관성 치매는 주로 뇌경색(뇌의 혈관이 동맥경화로 막히는 병)이나 뇌출혈 등의 뇌혈관질환에 의해서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 외에도 파킨슨병이나 불면증, 영양결핍, 빈혈, 우울증 등도 뇌의 기능을 나빠지게 하고 치매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영양섭취를 잘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노인들은 입 맛이 떨어지고 치아가 부실해지고 소화기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더 식사를 잘 못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여 모든 영양소가 모자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에게 필요한 영양관리의 핵심은 “알맞게, 골고루, 제때에” 먹는 3박자를 반드시 지키는 것이다.

노인이 되면 근력이 젊었을 때보다 20%이상 떨어져서 기운이 없고 뼈의 골밀도도 30%이상 저하되어 골다공증이 생기며, 심장의 힘도 약해지고 폐활량도 적어진다. 혈관의 탄력이 줄어들어 말초혈액 순환도 적어지고, 신경도 약하여 반사신경도 느려진다. 또한 관절에는 퇴행성 관절염이 잘 생기기 때문에 힘든 일을 하면 아픈 곳이 많다.
따라서 노인에게 운동을 권할 때에는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운동은 하지 않는 것보다 해로울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신체의 질병은 없는지 미리 건강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을 할 때에는 체조나 스트레칭 같은 준비운동을 5분 이상 시행하는 것이 좋다. 추울 때는 따뜻한 오후에, 더울 때는 아침저녁의 시원한 때에 운동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노인 운동은 산책이나 빨리 걷기 정도의 운동을 매일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노인이 되어 은퇴를 하면 할 일이 줄어들고 경제적인 여유도 적어지며, 사회나 가족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인에서는 우울증이 잘 생긴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신체적인 질병도 더 많아져서 결국 급속한 건강악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심리적 위축을 벗어나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 적극적인 태도가 노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가급적 이웃이나 사회의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나이가 들고 노쇠현상이 오는 것에 대해 순응한다. 늙는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며 이것을 겸허히 수용하면 오히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우울증이 덜 생긴다.

노인이 되면 이런 저런 질병이나 불편함이 많아져서 젊은이보다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된다. 그러나 노인들은 오히려 젊은이보다 약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7배 이상 높고 그 정도도 심하다. 노인에게 생기는 병중의 상당수가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복용해서 생기는 부작용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노인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을 함부로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윤종률 / 한림대의대 교수, 가정의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