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나날이 새로운 격변의 시기다. 청소년들은 몸도 마음도 빠르게 발달해 때로는 스스로의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게 느낄 수 있다.
이제 청소년들이 새 학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새 친구들을 만난다.
새로운 것을 대하는 우리는 기대에 차지만 그런만큼 걱정도 따르게 된다. 지난 해에 이루지 못한 목표에 도전할 수 있고 모르던 친구를 사귀며 자신의 생활을
넓혀갈 수 있는 반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도 커진다.


▶왕따를 당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걱정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무엇보다도 대인 관계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들은 무시하지 못 할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요즈음 학교 사회 일각의 분위기는 청소년들이
공동체 의식을 키워 나가는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어 모두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입시제도가 낳은 지나친 경쟁,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주의, 약점이 보이면 보호하기 보다는 무시하고 멸시하려는 풍조 등이 우리를 걱정스럽게 한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을 때 새로운 환경을 맞는 청소년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이번에도 어떻게 하면 왕따를 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것인가」하는 처절한 불안이
가슴에 자리잡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옳건 그르건 주위의 흐름에 따라서 「찍히기 전에 찍는다」는 방책을 쓰면 우선은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생존경쟁의 원리에만 따라 친구를 짓밟는 행동을 한다면 사람이 짐승과 무엇이 다른가.
또 올 한 해는 남에게 무시당하는 일을 피하고 지낼지는 몰라도 그런 식으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성인으로서 자라났을 때 그의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있는 삶을 만들어갈 줄 모르고 비굴하게 커 가게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행히 훗날
올바른 길을 찾아가더라도 수치스러운 학창시절의 추억을 갖게 될 것이다.

▶첫째 자신의 자각이 필요하다

오늘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지금 순간의 기분이나 판단에만 의존하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할 뿐이다.
청소년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고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할 것인지를 인생 전체 속에서 생각해야 한다.
흔히 청소년기를 어른과 어린이의 과도기 정도로 여기기 쉬우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청소년기는「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것을 정립하는 중대한 시기다.
즉 자신의 참모습을 사회의 틀 안에서 발견하는 때인 것이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동이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만들고 결정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둘째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그 원인이나 해결책을 기성세대에 돌리기가 쉽다.
이러한 경향이 왜 생기는지 청소년들이 자신의 주체성을 찾는 노력을 기존의 가치관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한다는 점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좀더 성숙한 단계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도전이 반항을 위한 반항으로 머무르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의 인생은 그들의 것이므로 어른들에게만 기댈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다른 나라들과 견주어 보더라도 책임감이나 독립심이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지에 대하여 대학생이 되어서도 별 생각이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나친 대학입시 때문도 있겠으나,
자신의 인생을 사랑한다면 스스로 자신의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학교에서 대인관계의 문제를 풀어 나가더라도 항상 쉬울 수는 없다.
왕따 같은 집단행동은 한 두 사람의 생각만으로는 금새 고쳐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청소년들의 용기이다

집단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맞서 부당한 것은 용서하지 말고, 남의 약점을 들어 비난하고 배척하는 비굴한 행동은 과감하게 떨쳐버리는 맹렬한 기세를 마음에 품어야 한다.
용기와 적극성과 자각. 이것이야 말로 젊음의 특징이 아닐까? 이러한 젊음으로 올해의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한다면 청소년 여러분은 왕따의 피해자보다는 훌륭한
해결사가 될 것이다. 또 이런 긍정적인 자세는 비단 새 학년을 맞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에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 같은 태도로 맞이한다면, 청소년들은 남이 정해놓은 조건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과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인생의 참된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수정| 강남성모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