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에서 가장 서쪽으로 나와 있는 태안반도는 우리나라의 서해안의 경치 좋은 해수욕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태안반도의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안면도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이다. 안면도는 본래 태안반도의 남쪽으로 길게 뻗어 내려간 육지였지만, 조선시대에 항해의 편의를 위해 그 중간을 끊어 운하를 파서 섬이 된 곳이다.

차를 타고 손쉽게 들어갈 수 있는 안면도는 안면송(安眠松)이 내뿜는 그윽한 솔 향에 묻혀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하루 만에 다녀올 수도 있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석양과 함께 철지난 바닷가의 호젓함을 만끽하며 하룻밤 지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윽한 솔 향에 묻혀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안면도

안면도의 꽃지 해수욕장을 찾아가 보자. 꽃지 해수욕장은 해변을 따라 해당화와 매화가 많아 붙여진 이름으로, 긴 백사장과 오른편 제방 옆 바다에 솟아 있는 할미·할아비 바위가 특징적이다.

꽃지 해수욕장의 해변은 그 길이가 4km 남짓,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백사장 폭이 200여m나 된다. 특히, 이 곳은 수심이 완만해 썰물 때가 되면 바다 저 멀리까지 물이 빠지는데, 그 때 해변에서는 축구나 족구 등 어떤 놀이든 즐길 수 있는 탄탄한 모래밭이 드러난다.

백사장 한쪽에 솟아 있는「할미·할아비 바위」는 꽃지 해안의 명물. 신라 때 전쟁에 나간 지아비를 평생 기다리다 바위가 되었다는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바위이다. 두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는 서해안 3대 낙조 중 하나로 꼽힌다. 썰물 때는 걸어서 바위까지 다녀올 수 있다.
 

꽃지 해수욕장의 일몰은 변산의 채석강, 강화의 석모도와 함께 「서해안 3대 낙조」

서해라고 해도 지방마다 습도의 차이가 있고, 일몰의 풍경 또한 천차만별이다. 습도가 높으면 일몰이 흐려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일몰을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권하는 것이 바로 안면도 꽃지 해변의 일몰.

울창한 소나무 숲을 등지고 펼쳐진 꽃지 해변은 일렁이는 파도가 하얀 백사장에 밀려오는 모습만으로도 철지난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지만,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일몰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그 위용에 숨을 멈춘다.

  해가 바다로 서서히 내려앉으면서 푸른 바다는 황금빛으로 물들고 붉은 기운은 곧 하늘을 옅게 휘감는다. 태양 빛을 머금은 바다는 금으로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해가 수평선 자락에 걸렸다. 주위는 온통 붉은 물결이다.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질수록 붉은 기운은 강해지고 곧이어 세상은 붉은 색과 회색만을 남긴 채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일몰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탄성과 아쉬움을 토해낸다. 해가 지고 난 수평선 위에는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아쉬운 듯 붉은 잔영이 긴 여운을 남긴다. 사방이 어둠으로 뒤덮일 때까지 사람들은 낙조의 긴 여운에 자리를 쉽게 뜰 수가 없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 때, 한적한 서해바다의 일몰을 보면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하는 건 어떨까.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밝아오는 새 해를 생각하며 올 해 못다 한 아쉬움의 자리에는 새 해 새 희망으로 채워야 할 것 같다.

김정연 / 건강생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