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알코올리즘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녀들이 부모의 태도를 몸에 익히고  몸에 배게 된 어린 시절의 경험과 고통 그리고 억압되었던 감정들이 성인이 된 현재에도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어 성인으로서 우리의 생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훼방을 놓고 제2의 중독행위를 대물림하는 경우를 상담실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대부분의 이러한 성인아이들은 자기 몸에 배어 있는 어린 시절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 어린 시절의 갖가지 정서적인 문제점들이 현재의 아픔으로 초래된다는 점도 알지 못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점들은 각자가 어렸을 때 자기를 대하던 부모의 지나친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점도 모른다. 미실다인 박사는 이러한 성인의 정서적인 문제점들을 내재과거아(inner child), 최근에는 성인아이증후군(Adult Child Syndrome)이라고 부른다.

D. W. Goodwin은 역기능 가족 자녀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받는다고 언급하며, 이들의 대부분이 제2의 중독행위자가 되는 높은 위험집단으로 알려져 있고, 딸의 경우 알코올의존자와 결혼하는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사회학습적인 관점에서 Barness 등은 알코올의존 부모의 음주로부터 술은 인생의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고, 사랑, 슬픔, 기쁨, 분노 등 모든 종류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편으로 배우게 되는, 부모의 음주행동에 대한 모델링의 영향을 시사하였다. 또, Clinebell은 가족환경적인 측면에서 부모의 알코올중독은 자녀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부친은 알코올의존자, 모친은 공동의존자, 딸은 성인아이에서 알코올의존자로...

3년 전 상담실을 찾아온 60대 자매님의 호소는 다음과 같다. 알코올의존자인 딸(30대 중반)이 20대 중반부터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10년간의 입·퇴원의 반복 끝에 3년 전 결혼을 하였으나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알코올의존증에 대해 무지하고, 2~3개월 마시지 않다가 다시 재발을 하면 사위가 친정에다 맡기고, 친정에서는 병원에 단기입원 후 퇴원을 하면 다시 시댁으로 보내는 반복적인 세월을 보내다가, 친정집에서 이젠 지칠데로 지쳐 상담신청을 하였다.

가족력을 들어보니 부친이 알코올의존자였다. 이 딸은 학습된 알코올 경험과 내재된 성인아이 증후군(강박적 사고, 자기 정체성의 상실, 소외감 등)이 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알코올의존자로 깊이 진행되고 있었다. 흔히, 결혼을 하면 중독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관념 속에 결혼을 하였으나, 남편이 출근하면 키친드링커(Kitchen Drinker)로 그리고 1~2주 지나면 조절음주를 상실하여 알코올중독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또한 시댁의 행사에 참석하면 그 자리에서는 마시지 않고 집으로 귀가하여 술 고래 집안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었다. 물론 모친은 부친과 딸의 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변화는 없고 관계중독 즉, 공동의존 증후군(남편과 딸의 알코올중독으로 인하여 심한 우울증과 무기력한 증세를 보임)을 심하게 표출하고 있었다.

가정 구성원 각자의 상처치유가 알코올중독 회복을 위해 우선적

상담실을 찾은 모친과 첫 번째 치료적 관계를 형성하였다. 회복을 위한 공동의존 12단계프로그램에 2년여 꾸준히 참석하는 과정에서 딸(성인아이, 알코올의존자)은 몇 번의 재발 끝에 꾸준히 전화상담 그리고 지지와 격려를 보낸 결과 성인아이 증후군에 대한 치료 상담을 위해 상담실을 찾았다. 1년여 단주를 어렵게 이어갔고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씩 회복을 위한 12단계프로그램(성인아이, 의존자)에 참석하고 있다.

세 번째 치료적 관계는 사위가 알코올의존이라는 문제를 질병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상담에 권유하고 있다. 우리 12단계치료공동체에 새로운 가족이 탄생되었고 가정해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또한 공동체에 귀의하는 12단계적 삶으로의 전환을 한 가족의 사례이다.

물질중독이든 행위중독이든 내적 치유가 첫 번째 단계

행동을 이끌어 내는 그 사람의 의식 혹은 무의식적 갈등과 동기를 유발하는 구체적인 원인들을 발견하기 위해 집단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내적 치유의 첫 번째 단계이다.

역기능가정 출신의 자녀들은 일정한 행동과 태도상의 특징을 지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슬레지(1996)는 어떤 가정에 수치스러운 것이 있는 그것은 자녀에게 수치심에 기반을 둔 정체감을 만들어 줌으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이 될 수 있으며 충동적인 행동과 중독증으로도 발전될 수 있다고 했다. 즉 자녀는 가정이 미치는 영향력을 벗어 날 수 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성인아이에게는 적어도 사람을 신뢰하고, 감정을 처리하고, 우울감을 느끼고, 책임감을 다루는 데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한다.

성인아이 증후군의 알코올중독자들은 소외감, 자기정죄의식, 긴장감, 불신, 왜곡된 종교관의 영역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집단상담을 통해서 체험적 전향이 이루어지는데 Charles Whitfield는 「각성」 혹은 「갑작스러운 인식」(Emergence Awareness)이라고 불렀다. 즉, 과거의 상처가 무엇이든지 그 출발점 혹은 촉발점을 찾아내어 이미 고착되어진 우리의 현실에 대한 과거의 이해나 신념체계,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인생관이나 삶의 태도를 바꾸어 줄만한 획기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의 참 자아는 깊이 은폐되어 있고, 우리의 부정적 자아나 상호 의존적 자아는 너무나도 뚜렷하게 고착되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각성은 쉽게 일어나지 않지만 타인의 경험을 듣고, 프로이드가 말한 합리화, 거부, 투사, 퇴행 등과 같은 방어기제나, 생존을 위한 자기 나름대로의 대처기술 즉 반항이나 공격 혹은 속임수나 타협 같은 요소들이 무너지면서 회복의 길은 열리는 것이다.

신양호/12단계 치료공동체 원장,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