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피트니스장관이란 직책을 새로 만들어 영국인의 체력을 기르는 캠페인을 국가 차원에서 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만문제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고 각 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와도 공조해 비만과의 전쟁을 벌인다 것.

사회·경제적 발전과 과학화에 가려졌던 건강상의 문제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 생활습관병의 급격한 증가와 40대 사망률 세계1위라는 수치스러운 결과를 낳게 되면서 우리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식생활의 개선과 여가활동 및 운동의 중요성에 대하여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우리사회의 미래이며 희망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밟아왔던 전철(건강관리를 우선순위에서 낮게 놓았다가 뒤늦게 건강을 관리하는)을 다시금 걷도록 강요하고 있는 현실은 아직도 소아비만 및 건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체격은 커졌으나 체력은 떨어져

서구화된 식단과 빈번한 패스트푸드의 섭취로 인하여 체격은 커지는데 반하여 체력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2004년 국민체력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에 측정한 결과에 비하여 2004년에 신장은 초·중·고등학교 최고학년 남학생에서 각각 1.4cm, 3.4cm, 3.5cm씩 증가한 반면 오래달리기는 각각 58.0초, 63.1초, 21.8초씩 기록이 증가하여 심폐지구력의 급격한 감소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지역 초·중·고등학생의 비만추이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1979년 남자의 1.7%, 여자의 2.4%가 비만이었던 것에 비해 2002년에는 남자 17.9%, 여자 10.9%로 남여 각각 9배와 4배가 증가한 것으로 90년대 이후 청소년 비만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청소년 비만의 증가와 체력의 저하는 열량 및 지방섭취량의 과다와 신체활동량의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신체활동량의 감소에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의 감소, 인터넷과 게임시간 증대,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이 만들어 내는 경쟁적 학원수강, 학교 체육수업 시수 감소 등이 그 바탕으로 깔려 있으며 이러한 요소 하나하나가 어른들의 무관심 또는 입시위주의 환경을 조성하여 운동이나 신체활동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태에 이르렀으며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열량 및 지방섭취량의 과다와 신체활동량의 감소가 원인

운동이 우리 몸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알려져 있으나 특히 어린이나 성장기의 청소년의 경우에는 성장호르몬의 분비 촉진과 성장판을 자극함으로써 뼈를 튼튼하게 하고 뼈와 근육의 형성을 촉진함으로 성장을 도울 뿐만 아니라 사지의 움직임과 운동기술의 습득은 신경계를 자극하여 신경계를 발달시키고 적절한 강도의 운동은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증가시켜 질병으로부터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지방세포의 증식을 억제 또는 감소시킴으로써 체지방율을 낮추어 주어 신체활동부족과 비만에 따른 대사적 만성질환의 발병위험을 감소시켜준다. 이외에도 균형적이며 날씬한 체형을 형성 및 유지함으로써 자신감을 배양하고 팀의 일원으로서 활동은 협동심과 사회성을 길러 건전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며 어릴 적 경험한 운동종목을 통하여 성인이 된 이후에도 꾸준한 운동습관을 형성, 지속함으로 평생 건강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바탕이 된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 학생이 대체로 성적이 더 좋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운동 후 피로감으로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운동이나 체육활동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미국의 연구에서는 교내 체육시간을 늘림으로써 수학과 글쓰기 성적이 향상되었다 하였고 운동량과 성적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 학생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학생에 비해 대체로 성적이 더 좋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운동이 뇌로의 산소 공급량을 증가시키고 신경 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며 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 고리를 강화시켜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어 학력 향상이라는 미명하에 좁은 책상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도록 강요하는 것은 학습에 저해될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와 청소년들을 각종 대사적 질환의 유발과 장차 성인이 되어서도 그러한 생활습관병의 유발 위험을 높여 우리 사회를 병들고 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다.

미국 스포츠의학회에서는 지방의 감소와 심리적 스트레스 해소 등의 현재상태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장차 성인이 되어서도 동맥경화, 골다공증, 고형압, 당뇨 등의 성인병의 발병 위험을 낮추기 위하여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운동습관을 갖도록 소아 및 청소년 기에 운동을 장려하고 있으며 운동은 어른들의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중강도 이상(다소 숨이 가쁘거나 조금 힘든 정도)의 운동을 매일 적어도 30분에서 60분 정도 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때 운동은 반드시 30분 이상 지속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한 번에 10 ~ 15분 이상 지속되는 형태의 운동을 간헐적으로 하여도 총 운동시간이 30분 이상을 유지하면 동일한 건강상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며 가능한 큰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 예를 들면 걷기나 뛰기, 수영, 줄넘기, 사이클 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이상원 / 서울대 체육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