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투여하는 물질이다. 흔히 약물중독이라고 언급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약물의존이 정확한 표현이다. 약물의존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우선 신체적 의존으로, 이는 약물을 반복 사용하였을 때 효과가 점차 감소하거나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 점차 용량을 증가시켜야 하는 내성이 생긴 상태이며 약물을 중단하면 그 약물의 특징적인 금단 증후군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두번째는 심리적 의존인데 이는 긴장과 감정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약물을 갈망하는 상태로서 그단 증상은 없다.

의존과 유사한 개념으로는 약물 남용이 있는데 이는 의학적 사용과는 상관없이 약물을 지속적으로 또는 빈번히 대량 사용하는 것으로서 약물남용의 정도가 심해져서 의존에 해당될 정도가 되면 남용이 아니라 의존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생 동안 약물 남용이나 의존에 한번 이상 빠질 확률은 알코올 남용의 경우 약 12%, 알코올 의존은 약 10%, 담배 의존이 약 20%, 기타 약물남용 및 의존이 약 0.8% 정도 이다. 우리나라는 서구 사회에 비해 알코올이 가장 문제가 되며 이는 과음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이에 대해 비교적 수용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적인 분위기에 기인한다.  서구 사회에서 가장 문제되는 마리화나(대마초), 헤로인, 코카인 등은 우리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본드나 부탄가스 같은 흡입제들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약물남용 및 의존은 여성보다는 남성에 많으며, 연령별로는 18세에서 25세 사이에 가장 많고 최근 전세계적으로 청소년층의 남용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

약물의존의 가능한 동반 질환으로는 반사회성 인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남용 환자들은 목표를 향하여 장기간의 끈질긴 노력을 하여 만족을 획득할 수 있는 자아 능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욕구, 고통,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성적 충동의 좌절, 그리고 사회적 좌절감을 즉각적인 약물의 효과로써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약물의 효과가 시간이 감에 따라 사라지고 난 후 다시 불안하거나 우울하여 외롭거나 습관적인 절망감에 사로잡히며 적개심과 죄책감도 복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이 같은 느낌을 피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그리고 반복하여 더 많은 양의 물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정신사회적 원인 외에도 약물 남용 및 의존에 대한 여러 가지 생물학적 원인들이 밝혀 졌는데 이런 약물 의존에는 유전적인 경향이 있어서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유전될 수도 있다.  

치료의 원칙은 우선 예방이다. 약물남용 및 의존의 치료적 접근은 약물의 종류, 남용 및 의존의 양상, 정신사회적지지 체계, 그리고 환자의 개인적 특징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완전한 중단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며 환자가 약물남용 및 의존을 성공적으로 중단하려면 주변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 및 보살핌과 정신보건 센터 등 정신사회적인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민수 / 고려대학교의료원 안암병원 교수·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