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은 ‘정’에 약한 것이 사실이고 '강요‘를 거절하는 것을 잘 못한다. 특히나 술자리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잔 받으면 한잔 돌리는 것이 예의이고 상사의 술 권유를 거절하면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한 가족이나 편한 친구보다 직장 상사나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여기에서 나쁜 음주 습관들이 나오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요를 당하거나, 짧은 시간 안에 술을 마시거나, 폭탄주를 마시거나, 2차 3차를 가는 것 등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지난 6월 직장인 1,817명을 대상으로 회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 싫다’는 비율이 53.4%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잘못된 음주문화와 그 심각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적당히’가 없는 음주문화

한국의 음주문화에는 `적당히'라는 것이 없다. 술자리가 끝나면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할 뿐 만 아니라 술에 만취된 사람은 어느 새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음주로 인한 사고는 음주운전, 싸움, 노상방뇨 등 셀 수 없을 정도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발생도 만만치가 않다. 이러한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해 ‘파랑새 플랜 2010’으로 명명된 국가알코올종합대책을 내놓은 것 처럼 이번 대책이 무엇보다 술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고 잘못되어 있는 음주문화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점점 병들어가는 간

직장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먹는다. 물론 스트레스를 술로 푼다는 것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것이 계속적으로 반복되게 되면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술이 아니라 나중에는 술을 먹기위한 하나의 구실을 만들어 내어 술을 남용, 신체적인 폐해를 가져오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마신 술은 90% 이상이 간에서 분비되는 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번진다. 문제는 간에서 1시간 안에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보통 10~15ｇ(소주 1~2잔) 정도인데 비해 우리는 너무 많은 술을 한꺼번에 먹는다는 것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는 단시간에 폭음을 하기 때문에 간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40, 50대 남성 사망률 원인 국내 1위, 간암 발병률 세계 1위라는 국내 통계가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간을 혹사시키면서도 무관심하며 간 질환자 대부분은 간이 70% 이상 손상될 때까지 전혀 이상 증세를 느끼지 못해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간이 악화되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며 지속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술로 인해 망가지는 간, 망가지기 전에 먼저 챙기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며(74%)’, ‘단시간에 많이(64%)’ 마신다. ‘폭탄주나 원샷등 무리한 음주에 대한 강요가 심하며(57%)’,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과음을 하게 된다(77%)’ 라고 나타났다. 잘못된 술 상식이 잘못된 행동으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약도 독(毒)이라는 말처럼 질병의 치료를 위해 먹는 약도 너무 많이 먹게 되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안 먹느니만 못하다.

음주에 대해서 상당히 관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이런 주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을 뿐만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 병을 더 크게 만드는 상황을 적지 않게 만들고 있다. 꼭 금주를 하지 않더라도 절주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관리만 잘하면 음주로 인한 폐해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술을 잘 마시는 것이 마치 자신의 장점인것 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가 더욱 과음을 하게 만드는 한 요소가 된 요즘! 권하는 술을 거절하거나 돌리는 술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술을 권하지 않으며 돌리지 않는 것이다. ]

내가 절주를 하면 그 술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절주를 하게 된다. 잘못된 음주문화, 나부터 고쳐나가는 것이 그 술자리를 변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전용준/ 다사랑한방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