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적막하기 그지없는 주왕산 뒤 쪽에 위치한 이곳에 보물같은 연못, 주산지가 있다. 원래 이 곳은 사진작가들에게만 알음알음 알려진 장소였다. 그러다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이곳을 사계절 변화의 배경으로 삼아  촬영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초록 물빛과 물 속에 깊이 뿌리뻗은 왕버드나무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

주산지 입구 주차장에서 주산지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 물 맑은 계곡을 따라 노란 애기똥풀과 기린초, 하얀 찔레꽃과 초롱꽃, 붉은 지칭개 등이 탐스럽게 핀 오솔길이 이어진다. 간혹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는 다람쥐와 나비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그 길 끝의 옥빛 저수지가 산그늘 속에 숨어 있다.

주산지는 계곡에 흘러내린 물을 가둬 모은 길이 100m, 너비 50m 남짓의 조그만 인공호수이다. 1720년 8월 조선조 숙종 46년에 마을 주민들이 가뭄을 대비해 주왕산 계곡에 제방을 쌓았다. 지금까지 아무리 심한 가뭄이 들어도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다.

주산지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왕버드나무. 이 곳 버드나무가 여타의 버드나무와 다른 점은 하늘을 향해 꼿꼿이 가지를 뻗치고 있으면서 물 속에서는 강한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다는 것. 마치 물 위에 나무 섬이 점점이 떠 있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가 일품이다.

미동조차 없는 초록의 물빛과 물 속에 깊이 뿌리뻗은 30여 그루의 왕버드나무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 같다. 300년 세월동안 고목 가득 입혀져 있는 연녹의 이끼들과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움푹 페인 나이테가 깊은 세월의 흐름을 일러준다. 물안개가 아스라이 깔리는 새벽녘엔 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연못의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어서 전국에서 사진을 찍으러 많은 이들이 몰려 든다.

주산지 둘레의 산책로도 매력 만점

연못만 볼거리가 아니다. 주산지 북쪽 둘레에 산책로도 있는데 굴참나무, 굴피나무, 망개나무 잎 등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특이한 종류의 나무도 함께 볼 수 있다.

물론 걷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기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매력 만점. 맑고 촉촉한 공기와 고요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가 속세의 묵을 때를 씻고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 바로 주산지이다.

김정연 | 『건강생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