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술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술을 잘해야 큰일도 한다」 그러면서 술을 잘해야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정도 쌓인다고도 한다. 술을 잘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아무리 많이 마셔도 다음 날 누구보다 먼저 출근했다고 자랑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정 일도 잘하는 걸까? 혹시 산만하게 일을 처리하거나 남에게 의존하는 것은 아닌가.

술을 많이 마시고 정상적인 생체 리듬을 회복하려면 건강한 사람이 최소 3~4일이 걸린다. 주량이 세다는 것은 내성이 그만큼 많이 생겼다는 생물학적 신호를 달리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회복능력이나 속도와는 다른 맥락이다. 「술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면, 결국 술을 잘한다는 것은 술을 많이 마시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적당이 마시는 조절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에 싸여 살고 중요한 일상적 활동을 놓치는 경우는 일 중독이라 한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술을 선택한 사람들은 대체로 많이 마신다. 조절력이 약해진 사람들은 다른 경우에도 조절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게임중독, 도박중독, 섹스중독 등 여러가지 행동 중독에도 곧잘 빠지게 된다. 그러다 결국은 소진한다.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생기고, 조급증을 보이기도 한다. 필름이 끊긴다는 것은 뇌세포가 죽는다는 이야기다. 신체적 질병도 60여 가지가 넘게 연관이 있다. 건강한 사람에 비해 20년 일찍 조기사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 잘하는 직원들을 술로 위로하는 것은 참으로 생산성을 해치고, 2차적인 정신·신체적 폐해를 유발하는 결과를 빚는다.

일 잘하고, 인간관계 잘하려다가 그만 정신건강을 해친 알코올 중독자들이 많다. 예민한 정도부터 편집증에 이르기까지, 사려깊지 못한 행동에서부터 폭력에 이르기까지 정신건강의 폐해가 주변을 괴롭힌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말을 잘 가려하지 못하고도 호탕한 척 하는 사람들은 정신건강을 살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일 잘하고, 술 잘한다는 것이 아닐까! 절주는 술을 조절해 마시는 능력을 일컫는 말이니까, 술 잘하는 것은 절주능력이다.

행동적 습관을 바로 잡아서 중독성 결과를 예방해야 한다. 술의 효과는 즉각적이어서 주변 자극과 매우 연관이 잘 된다. 좋아하는 안주, 분위기, 냄새나 싫어하는 스트레스 등을 가리지 않고 연관이 잘 된다. 절주습관으로 이런 중독성 고리를 차단할 수 있도록 서로 서로 도와야 건강하게 술을 잘할 수 있다.  

김진학 | 국립서울병원 정신보건교육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