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음주문제 예방의 의미로 "절주"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때의 절주는 지나친 음주로 인한 신체적, 사회적, 경제적 폐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적정하게 줄여서 마시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절주라는 용어는 어른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지 청소년과는 무관한 말이어야 한다.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의 절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86%가 중학생 이전 음주시작 경험

청소년들은 왜 어른들은 술을 마음대로 마시면서 우리에게는 마시지 못하도록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74.4%나 되는 많은 청소년들이 술을 마셔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중에는 음복이나 종교적 행사, 혹은 어쩌다 한번 호기심으로 마신 16.6%의 청소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들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청소년의 과반수가 음주 경험이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음주율은 1999년 60.2%에서 2002년 70.4%, 2004년 74.4%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45%의 청소년이 취할 정도로 마셔본 경험이 있으며, 평소 소주 1병 이상 마신다는 청소년이 24.2%나 된다. 특히 고등학생들의 경우 약 반 정도가 한 달에 한번 이상 음주를 하는 주기적인 음주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청소년에 대한 음주예방교육이 늦어도 중학생 이전에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청소년들의 음주시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예방교육을 보다 일찍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중학생 이전에 처음 술을 마셨다는 비율이 86%(초등학교 때 34.5%, 중학교 때 52%)나 되는데, 가능하면 술을 경험하기 전에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여학생의 음주문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성 음주의 증가는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남녀청소년 간의 음주율의 차이가 4.2%포인트 밖에 안 될 정도로 여학생의 음주가 늘어났을 뿐더러 중학생의 경우에는 월평균 음주횟수나 폭음횟수에서 여학생이 오히려 남학생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음주와 비행은 밀접한 관계

청소년의 음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술을 마시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어서, 그로 인한 개인적인 폐해-신체적, 심리적 폐해에 대해 우려가 될 뿐만 아니라 청소년 비행이나 범죄와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외박을 하거나 학교 결석을 하는 등의 소소한 일탈행동에서부터 다른 사람과 다투거나 물건을 부수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돈을 훔치거나 빼앗고, 성폭행을 하기도 하며, 술을 사거나 술집에 출입하기 위해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빌리는 등의 범법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한 술을 마신 후 돈을 뺏기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등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알코올을 통로약물(Gateway Drug)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규제정책과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사회분위기 형성이 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청소년의 음주를 줄이고, 음주로 인한 폐해로부터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이 알코올에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정책과 예방교육의 실시, 그리고 사회 환경 변화를 꾀하는, 세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알코올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책이 연령 규제일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이 연령 규제 정책을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만 19세 미만(단 19세가 되는 해 1월 1일부터 가능)의 주류 구매를 금하고 있다. 미국은 1988년부터 21세로 상향조정하였는데, 이 이후 19～20세의 술 구매가 70% 감소하였으며, 18～20세의 음주는 25% 감소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외에도 주류 소비, 청소년에 대한 주류 제공을 금하고 있는데, 호주 또한 이러한 규제 정책을 매우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일부 실시되고 있다. 이외에도 주류 판매 장소나 시간에 대한 제한, 광고에 대한 규제, 가격 인상 등의 정책을 통해 청소년의 알코올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정책적 대안들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선진외국의 경우 대부분 학교를 중심으로 한 예방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나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포괄적인 예방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도 알코올 예방교육을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대상에 따라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음주예방교육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며 그 중요성 또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대상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실행,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예방전문가 양성 등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규제정책과 예방교육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청소년 음주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예방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민단체, 매스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 사회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청소년의 음주문제를 예방하는 것은 결국 머지않은 장래의 우리나라 음주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며, 문화를 바꾸어나가는 주역은 누군가가 아닌 바로 우리 스스로여야 하기 때문이다.

제갈 정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