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일 홍콩배우 장국영의 자살, 2003년 8월 4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자살, 2005년 2월 22일 인기 절정의 배우 이은주의 자살은 모든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외에도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대우건설 회장, 박태영 전남지사,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딸 이윤형씨 등 사회지도층과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이 이들에게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했는가? 이들이 유명인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아서 자살이 더 많은 것일까? 그러나 최근에는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들이 상당 부분 우울증의 상태였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우울증은 그 평생 이 질환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5~20%이며 우울증이 있음으로서 그 사망률이 일반 인구에 비해 6배 증가하는 매우 흔한 질환이면서 무서운 질환이다. 우울증을 해결하지 못해 초래되는 가장 심각한 결과는 자살이다. 자살자의 70% 이상이 우울증인데 그 중 20%만이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은 우울증이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생각할 때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자살의 원인이 사회적인 현상으로 인한 비관형 자살이 있겠으나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우울증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치료받지 못한 우울증 환자가 많은 이유는 일반인들 사이에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약물로 치료해야만 하는 의학적인 질환일 뿐임을 강조하고 싶다. 즉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의지가 약해서, 성격에 결함이 있어서 생기는 질환도 아니고 액운이 따르는 나쁜 질환이 아니라 약물 치료로 완치될 수 있는 하나의 의학적인 질환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많은 유명인들과 일반인들의 자살을 어떻게 인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언론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의 경우 자신의 사회적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려는 소위 명예자살이라는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연예인의 경우에는 용기가 부럽다와 같은, 어떻게 보면 자살을 동조하는 듯한 인상이 짙다. 이는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들의 자살보다 더 큰 사회적 파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나도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보면 매우 위험스러운 인식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자살시도 그 자체가 정신과적인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살을 “그 사람 상황으로 볼 때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동정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정신병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예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울증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사회적 지지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일반인들뿐 아니라, 유명인사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강대엽 / 용인정신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