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본부장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주취자 보호법의 제정에 찬성한다. 우리사회의 술 문제가 너무 커져버려 개인은 물론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술로 인한 피해액을 추정한 결과는 대체로 연간 15조원이 넘는다. 적지 않은 수준이고 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주취로 인한 개인 및 사회적 폐해 증가

최근 주취로 인한 각종 사고가 늘고 있다. 각종 살인, 강간, 폭력, 방화, 교통사고 등이 그것이다. 특히 만성 주취자들은 익사, 각종 상해와 질병, 알코올 의존 등에 시달리는 곤란을 겪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실업, 이혼 등의 사회문제도 주취와 무관하지 않다. 늘고 있는 청소년 범죄도 주취행위와 관련성이 있다.

술에 취한 사람은 법의 제정 취지 그대로 보호되어야 한다. 술 취한 사람은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상실한 자임과 동시에 범법행위의 가능성이 높은 자이다. 소위 일탈과 사교의 자리에 술잔이 일상화된 우리사회는 술에 대해 이중적 가치관을 가지게 되어 주취자 천국이 되어버렸다.   

주취자보호법은 일선 경찰들의 업무손상이나 철도공안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민생치안은 주취자로 인해 이미 마비상태이며 연간 피해액이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사실 경찰서에서 난동이 벌어져도 본인도 사회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속수무책인 상태다.

보호대상 주취자 선별기준이 명확해야

주취자는 한 편으로는 치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환자이다. 알코올 오남용 자는 대부분 주취상태를 벗어나면 도덕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정상인이다. 하지만 주취상태에서는 개인적 권리를 인정받기 어려운 범법자가 될 수 있다. 보건의 눈으로 보면 치료의 대상이 되고 행정의 눈으로 보면 권한의 제한대상이 된다. 그러니 어느 경우에도 보호의 대상이다.

하지만 주취자 보호법의 제정에 인권옹호론자들이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이 과연 「보호대상 주취자 여부를 잘 선별할 수 있을 것인가?」가 우선 걱정이다. 특히 주취자들에 대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보호 장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과잉 인권유린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안을 실행하기 위한 사전준비가 필요

보건전문가들의 우려는 오히려 실용적인데 있다. 아직 법안이 유효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주취자가 보호의 대상이 되기 이전의 발생예방 차원의 관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식과 예산부족으로 학교나 사업장, 공익방송 등의 예방교육은 전무한 상태이다.

또한 경찰의 유효 선별역량도 지금 단계에서는 걱정이다. 주취자의 선별에는 경찰, 사회복지, 심리, 정신, 법과 관련된 전문적 협조가 필수적이다. 경찰 단독으로 선별에 임할 경우 그에 준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사전교육이 철저해야 한다.

사후관리 단계도 간단치 않다. 법에는 시장, 군수, 구청장 및 보건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구호요청 또는 인계를 거절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과연 우리나라에 「주취자의 구호요청과 인계를 잘 할 수 있는 기관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가늠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기관이 「정당한 사유」로 거부하지 않도록 전문인력 양성과 프로그램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행정 기관간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법의 제정과 진행을 둘러싸고 오해도 있다. 오해의 원인은 아직 주취자 문제의 심각성과 대응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가들은 경범죄 처벌법으로 해결될 일을 왜 새로운 법을 만들려고 하느냐고 주장한다. 주취자가 단순히 범죄자와 동일시 할 수 없음을 이해하려면 술이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야 가능하다.

주취자보호 문제는 경범죄 처벌 문제와 달리 취급되어야 한다. 오히려 경찰행정과 법률 전문가, 보건관리자, 인권옹호론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그 대책을 강구해야 할 일이다. 주취자는 예방, 선별, 후송조건, 사후관리, 재발방지, 인권 등 제반문제를 해결하며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몇 년간 주취자보호법이 표류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가 OECD 최고의 폭음국이다. 음주자의 절반 정도는 마셨다 하면 2차 이상 간다. 그 이유도 「헤어지기 아쉬워서」나 「분위기를 바꾸려고」다. 주취자가 줄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문화가 계속되고 있다. 음주자의 40%가 오남용자인 나라에서 주취자를 방관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

다만 졸속으로 시작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큰 정부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데서 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는 사회적 정의가 보장될 때에 한하여 인정이 된다. 수천만에 달하는 음주자를 보호하는 문제이다. 관계부처가 즉각 나서야 할 일이다. 「유비무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