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위원장 안종주

그 동안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정근모 명지대 총장과 오명 건국대 총장, 그리고 현직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겸 국회의원 등 모두 유명하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선뜻 다가서기 망설이는 사회지도층을 차례로 만났다.

이번에는 약간의 변신을 시도하기로 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는 면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 분과 같지만 왠지 한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인물을 골랐다.

김병찬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분도 있겠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처음 본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매우 드물 것이다. 인기 야구해설자 하일성씨와 함께 진행해 김병찬이라는 이름 석자를 국민에게 알린 「스포츠 중계석」과 「연예가중계」 「사랑의 리퀘스트」 등 각종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는 시청자에게 늘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아나운서 노릇을 뛰어나게 해냈다.

최근 그는 16년간 젊음을 바친 KBS를 떠나 독립을 선언했다. 그의 나이 마흔 셋. 새로운 도전을 꿈꿀 수 있는 나이다. 그는 96년 한국문인협회 선정 최고 아나운서상을 비롯해 97년 한국방송대상 남자 아나운서상, 2003년 대한민국 국민포장 무궁화장, 2006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남자 TV 진행상 등 굵직굵직한 상과 훈장을 받았다. 그 나이에 이런 상을 받는 이도 보기 쉽지 않다. 그는 자신의 치과주치의로 평소 알고 지내던 김춘진 보건복지위 의원의 권유로 2003년 한센병 홍보대사, 대한보건협회 절주홍보대사를 지냈다. 김 의원은 대한보건협회 부회장으로 범국민절주운동본부 실천본부장을 맡아 절주운동에 힘을 쏟았고 한센병 환자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국정활동과 입법활동을 열심히 벌이고 있다.

김병찬씨는 지체장애인 홍보대사도 맡아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등 방송과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해오고 있다. 술을 거의 못할 것 같은 그의 술 실력은 뜻밖에 강해  많이 마시면 소주 2병, 평소 주량은 한 병 정도라고 한다. 그를 통해 들은 방송계 음주 사고 에피소드는 흥미진진했다. 그 또한 술로 방송사고 직전까지 간 일이 있다고 한다. 그의 음주관과 우리 음주문화 비판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로 가득하다.

▶ 방송계의 음주문화는 어떻습니까?

▷ 아나운서들이 보기에는 남자나 여자 모두 말쑥하게 보이니까 시청자들은 술을 별로 하지 않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여성앵커 몇몇은 분위기만 오르면 위스키 한 병을 마실 만큼 술을 잘 먹습니다.

▶ 개인적으로 술과 관련해 곤욕을 치른 적은 없습니까?

▷ 「생방송 전국은 지금」이라는 아침 프로그램을 소화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출근해 6시부터 방송에 들어갑니다. 하루는 새벽 1시까지 주량을 넘어선 소주 2병을 마셨어요. 방송을 위해 방송국에서 그냥 잤죠. 잠에서 겨우 깼는데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카메라맨 안경을 빌려 썼죠. 제 도수와 맞을 리가 없죠. 초점도 잘 안 맞고 간밤의 술도 덜 깨 눈앞이 뱅뱅 돌아가는 겁니다. 어떻게 방송을 마쳤는지 생각도 잘 안 나요. 다시는 과음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이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 방송인들 가운데 술 때문에 방송을 진행하다 있을 수 없는 실수를 해 물의를 빚은 사람들이 가끔 있지 않습니까?

▷ 여럿 있죠. 유명 가수 출신이나 유명 디제이 출신 진행자가 술을 잔뜩 먹고 라디오방송을 진행하다 횡설수설해 문제가 된 적이 있죠. 이 때문에 도중하차하는 일도 벌어졌고 한동안 방송을 못한 적도 있습니다. 이것은 방송가에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인데 고참아나운서 한분이 술을 많이 마시고 라디오센터 앞에서 곯아떨어져 있는 것을 방송기술요원이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그 대신 뉴스원고를 읽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 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 방송은 때론 생방송으로 진행되기도 해 늘 긴장하다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술을 택해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음주문화를 보면 술을 남에게 권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고 폭탄주도 주량에 관계없이 마구 돌리는 탓도 큽니다. 또 술이나 저녁을 할 경우 어느 한 사람이 몽땅 내다보니 그날 내지 않는 사람들은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마시는 경향이 있는 것도 한몫을 하리라 봅니다.

▶ 방송 드라마를 보면 술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방송에서는 술을 잘 마시면 터프하고 강한 남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술, 폭력, 남성, 강인함이 서로 한 선상에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연출을 편리하게 하려다보니 이런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 금연운동은 그런대로 잘 되는 편인데 절주운동은 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십니까?

▷ 금연운동은 충격적인 방법을 사용해 상당한 효과를 보았습니다. 이제 절주운동도 더욱 충격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랑의 리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부모, 특히 아버지의 술 때문에 가정이 파괴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자녀는 이런 부모를 냉대하기 마련이죠. 과음은 폭력으로 이어지기 쉽고 가정과 직장 등 사회조직을 파괴하는 악성바이러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 올바른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한마디만 해 주시죠?

▷ 독주는 잔술로 팔도록 하고 술값은 각자가 나눠 내는 이른바 「더치페이」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올바른 음주문화를 가꿔나가는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미래의 꿈을 물으니 『한 세대가 흘러간 뒤에도 국민들과 애환을 함께 나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런 면에서 선배 김동건, 차인태 아나운서와 같은 인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