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련 | 명지대 교수·식품영양학

날씨가 쌀쌀 해지면서 감기나 인플루엔자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잔병을 피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기회도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암과의 투병 중에도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병마와 싸워 이길 힘이 없어져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식생활이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지 알아보자.

면역이란?

건강한 사람은 보통 병원성 미생물이나 이물의 침입에 대한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면역(immunity)이라 부른다. 북한을 비롯한 저개발국가에서 5세 이하 어린이들의 주된 사망원인이 홍역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양실조인데다가 예방접종의 혜택 또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은 같은 균이 다시 침입했을 때 몸이 이를 기억하여 항체를 만들어 싸우도록 하는 면역반응을 이용하는 것이다.

영양실조인 어린이들은 몸 안에서 항체를 만들어낼 능력이 떨어지므로 면역기능이 약화되므로 홍역과 같은 가벼운 질병에도 대항할 능력이 떨어지고 질병이 악화된다. 이처럼 면역기능은 영양상태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타고난 자연면역과 후천적 면역

사람의 면역기능에는 날 때부터 타고난 자연면역 부분이 있고 살아가면서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부분이 있다. 자연면역의 예를 보면 체표면이나 상피세포에서 세균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땀샘이나 피지선은 분비물을 이용하여 산도를 낮춰서 세균이 증식하지 못하도록 한다. 또 혈구 중의 식세포는 세포 표면에 붙어있는 세균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 탐식작용을 한다. 또한 이물질이 침입하면 즉시 염증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한 자연면역의 예이다.

반면에 후천적 면역은 우리 몸이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여 인식한 후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을 생산하여 세포수준에서 제거하는 방법이다.

어떤 영양소들이 면역기능을 향상시켜주나?

면역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려면 원칙적으로 단백질과 열량을 충분히 섭취하여야 하며 절대적으로 영양 결핍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단백질이 부족되면 면역기능에 중요한 림프조직, 이물질을 탐식하는 효소, 또는 항체를 만드는 과정들이 위축되어 자연 면역과 후천 면역 기능을 동시에 떨어뜨린다.

모든 면역물질은 단백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영양부족이 어느 정도로 심한지 또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에 따라 면역기능이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외에도 무기질 중에는 철분과 아연, 구리가 면역기능과 관련이 있다. 또한 비타민 A, E, D 그리고 B1, B2, 엽산 등 여러 영양소도 부족될 때 면역기능이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항산화 비타민류인 비타민 C, E 그리고 베타카로틴 등은 유리자유기에 의한 세포막의 손상을 방어하고 있어 면역계 기능과 질병회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먹어야 할까?

시중에서는 면역기능을 보강해준다고 알려진 몇몇 식품들이 치명적인 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 고가로 팔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의 면역기능이란 이와 같이 다양한 영양소들이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일이므로 특정한 식품을 많이 먹으면서 일상적인 식생활을 무시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특히 단백질과 열량섭취가 충분한 것이 기본이고 이에 더하여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들을 충분히 섭취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풍요로운 식생활을 감안할 때  단백질이나 열량의 섭취가 부족되는 영양실조는 일부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 치명적인 질환자, 대도시 빈민계층,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식생활이 불안정한 노인 등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그러나 면역기능을 돕기 위해서 다양한 무기질과 비타민들을 고루, 그리고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때 현대인들이 결코 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의 식생활을 들여다보면 너무 바쁘거나 귀찮아서, 또는 편식이 심해서 등의 이유로 열량은 높지만 비타민과 무기질 함량이 낮은 식사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 영양밀도를 높이는 것이 비타민, 무기질 섭취를 높여주고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녹황색 채소에는 항산화 비타민도 많고 철분과 아연 같은 무기질 함량도 높은 편이다. 겨울철일수록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먹도록 신경 쓰자.

영양섭취만으로 질병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건강하고 영양상태가 좋은 사람의 건강한 면역기능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크게 줄여줄 수 있다. 이러한 식생활은 비만을 예방하는 동시에 만성질환도 예방해 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