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영 | 『건강생활』기자

초겨울 기운을 머금은 찬바람을 타고 시베리아 등지에서 「겨울 진객」철새들이 찾아왔다. 올 겨울에는 우리나라를 찾아온 겨울철새의 아름다움을 만나보자.

천수만은 이런 곳

천수만은 충남 서산시를 중심으로 태안군 안면읍과 보령시 사이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철새 도래지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오리 기러기류 국제 네트워크 싸이트 등록지로 매년 300여종 하루 최대 40여만 마리의 철새들이 날아든다. 멸종위기에 처해 보호를 받고 있는 전세계 가창오리(35만 마리)의 90% 이상이 군집해 있고 천연기념물 28종 등 희귀 철새들도 볼 수 있는 이곳 천수만에 겨울철새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부터이다.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 논 4,700여만평에는 풍부한 낙곡이 있고 용수를 공급하는 간월호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 겨울 철새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가창오리떼의 화려한 군무

철새 탐조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가창오리떼의 군무는 두고두고 기억될 만하다. 가창오리는 야행성 조류여서 낮에는 호수에 내려앉아 잠을 자고 해질 무렵 먹이활동을 위해 일제히 날아오른다. 낮에 정찰 임무를 맡은 새가 먹이 터를 정탐한 뒤 해가 진 후 우두머리새의 신호에 따라 일제히 비상한다. 몸집은 작지만 가창오리 수십만마리가 간월호에서 한꺼번에 날아올라 노을진 천수만 하늘을 새까맣게 덮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이 모습과 함께 힘찬 날개짓이 만들어 내는 바람소리가 머리 위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날씨와 기압, 바람 등에 따라 군무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군무를 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공동체적 삶의 여정

12월 초까지 「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을 주제로 천수만 세계철새 기행전이 열린다. 세계 및 국내 철새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관과 사진전시관, 철새주제관 등 천수만 생태관을 운영하고 솟대만들기, 도예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곁들여진다. 행사장 앞의 무논탐조대와 A지구 방조제 중간에 있는 제방탐조대에서 설치된 대형 망원경으로 철새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철새기행전이 끝난 후라도 12월 9일부터 내년 2월 25일까지는 「천수만 겨울 철새학교」가 운영될 예정이다. 철새학교에서 운영하는 철새 탐조투어 버스를 타면 좀더 가까이서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천수만 일대를 돌아볼 수 있는 탐조 코스는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철새 전문가이드의 감칠맛 나는 설명에 아이도 어른도 모두 귀를 쫑긋 세운다. 단순히 철새를 구경하는 것 뿐 아니라 대자연의 질서를 보고 공동체적 삶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철새보기 지켜야 할 것

철새는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50m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망원경으로 관찰해야 한다. 원색의 옷을 피하고 향수나 담배연기 등으로 새들의 후각을 자극하지 않도록 한다. 새를 날리기 위해 돌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는 절대 금물. 사진 촬영시 플래시를 쓰지 않는다. 휴대전화는 아예 꺼두는게 좋다. 철새가 휴대전화의 전자파를 만나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철새도감 한 권쯤 가져가 수시로 종류와 특징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무리지어 나는 철새를 보며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여행으로 「탐조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