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창 |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쇼핑은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생활양식이다. 필요한 것, 원하는 물건을 고르고 사서 쓰는데서 오는 만족과 즐거움은 생활의 활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쇼핑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이른바 「쇼핑 중독」이다. 신용카드와 홈쇼핑, 온라인쇼핑이 발달하면서 쇼핑 중독 환자도 무더기로 양산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척척 당일 배송을 해주는 발전된 온라인 시장을 가진 우리나라의 쇼핑 환경에서는 누구나 참을 수 없는 쇼핑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있는 25세 A양은 3년 전 무분별한 쇼핑으로 인한 3천만 원 가량의 카드 빚을 부모가 갚아준 일이 있었다. 그런데 한 1년은 잠잠하다가 다시 강박적으로 인터넷 쇼핑 등에 몰두해 또다시 2천만 원 정도 빚을 지게 되었다. A양이 정신과에서 진찰과 치료를 받는 것을 동의하는 조건으로 부모가 다시 빚을 갚아준 후 A양은 진료실 찾아 왔다.

A양은 강박적이고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뭔가를 계속 사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쇼핑을 해 왔다는 것이다. 돈을 쓸 때는 마치 약물에 취하듯 즉각적인 행복감이 들기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소비되는 돈의 액수가 점점 커지면서 뒷일을 감당해야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양은 뭔가 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A양은 자신이 「중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3년 전에도 그랬지만, 어쩌다 한번 「사고」를 쳤을 뿐이지 오랜 기간을 과도한 쇼핑에 빠지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A양은 전형적인 쇼핑 중독의 사례를 보여준다. A양과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중독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어쩌다 한번 치는 사고로만 여기다가는 반복되는 과소비에 가족관계가 손상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누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계획을 세워 쇼핑을 하고, 돈 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도록 평소에 다른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마련하고, 어려서부터 바른 소비 생활을 교육하는 것 등으로 쇼핑 중독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