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부안이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의원(54)은 우리나라 절주운동의 산 증인이다. 대한보건협회 부회장으로도 3년 넘게 활동하기도 한 김 의원은 치과의사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지역구에 출마해 17대 국회의원이 됐다. 치의학 박사에 만족하지 않고 인제대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2년 절주운동본부를 만들어 본부장으로서 절주운동에 본격 뛰어들어 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 바쁜 의정활동 때문에 여러 차례 연락을 하고 날짜를 바꾸는 등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가량 만날 수 있었다.

◐ 절주운동에 뛰어든 계기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 우리나라 술 문화는 문제가 많습니다. 술을 잘 마셔야 남자답다는 평가를 하는 풍토도 문제고 제사 뒤 나이를 따지지 않고 온 가족이 음복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풍습입니다. 또 더덕이나 뱀 등 식물뿌리와 동물을 술에 담가 이런 술은 마치 신비한 약효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이런 잘못된 술에 대한 인식과 술 문화를 바로잡고자 절주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 주로 어떤 일(절주운동)을 해오셨습니까?

◑ 매월 첫 번째 월요일 대학교와 중·고등학교, 지하철, 거리, 청계산 등산로 입구, 국회, 과천정부청사 앞, 고려대 앞 등 절주캠페인을 벌일 수 있는 장소면 가리지 않고 홍보물을 나눠주는 등 절주운동을 했습니다. 2005년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와 함께 절주캠페인을 벌인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 의원은 보건의료계와 방송 분야, 문화계 등에서 지인이 무척 많은 마당발이다. 서울방송을 설득해 무료로 절주캠페인방송을 하도록 하는가 하면 KBS, MBC 등 공중파 방송에 패널로 참석해 절주운동에 대한 대담 등도 했다. 절주홍보동영상 제작 때에는 한복을 잘 차려 입고 직접 모델을 하기도 했다. 정풍송 작곡, 설운도 노래의 절주노래 테이프를 10만개 제작·배포한 것도 그의 땀이 스며든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는 유명국악인을 포함해 인간문화재 등이 참여하는 절주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일찍이 경희대 치대 재학 시절부터 최대의료봉사조직인 상아회를 조직해 전국 고아원, 노인정, 무의촌, 낙도 등에서 3천여 명을 진료하는 등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장애인, 한센인, 외국인 근로자 등 사회에서 소외받은 계층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극단 사조의 후원회장을 지내는 등 문화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쏟았다. 그의 이런 관심과 이력이 절주운동에서 큰 힘이 된 것이다.

◐ 우리나라 절주운동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죠.

◑ 2003년에는 정부가 절주운동에 지원한 예산이 고작 6억 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100억 원대로 끌어 올리려고 했으나 30억 원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금연운동과 더불어 절주운동을 보건사업의 양대 축으로 정해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절주운동을 해오시면서 난관도 있었을 터이고 아쉬운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요.

◑ 네. 그렇습니다. 17대 국회에서 의원이 되어 지난 2005년 2월에 담배처럼 술에 대해서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해 입법공청회도 여는 등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경부의 눈치를 보느라 복지부도 아직 이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며 외교통상부는 술에 대해서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길 경우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것을 내세워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 최근 술을 반강제적으로 여직원에게 마시게 하고 집에도 늦게 가도록 만든 직장 상사에게 3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둘째아들이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손님으로 온 다른 술집종업원과 시비 끝에 폭행을 당한 뒤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보복하는 사건이 벌어져 김 회장이 구속되는 등 우리나라에서 술 때문에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 사회 술 문화 폐해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주운동가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습니까?

◑ 올바른 술 문화에 대한 교육, 특히 조기교육이 중요합니다.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술을 절제하며 마시고 술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술로 인한 피해를 어릴 때부터 각인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술은 가정폭력의 주범이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 특히 폭력범죄가 술 때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강조해야 합니다. 술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도 무려 24조원이나 된다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하루빨리 교과서에 수록해 가르쳐야 합니다.

◐ 우리나라 술 문화, 특히 지도층 인사들의 술 문화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 지도층 인사들의 가장 나쁜 술 문화는 폭탄주 문화입니다.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등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폭탄주 문화에 젖어 있습니다. 잔 돌리기와 함께 폭탄주 문화를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점진적으로라도 고쳐나가야 합니다.

◐ 17대 국회도 그리 많아 남지는 않았는데 앞으로 하시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우리나라는 아무 곳에서나 24시간 술을 팔고 있습니다. 선진국처럼 술 판매장소와 술 판매시간을 규제하는 법률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주세를 알코올로 인한 질환자들을 치료·재활하는데 사용하고 절주운동 홍보와 알코올 관련성 질환 예방 등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도 만들고 싶습니다.

글 | 편집위원장 안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