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간암 발생률은 위암, 폐암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발생 빈도가 높으며, 간암 사망률은 OECD 회원국 중 최고의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간암은 주로 B형 바이러스 간염(60%~70%), C형 바이러스 간염(10%~15%)에 의한 것이지만 음주 역시 약 10% 정도에서 간암의 위험률을 보여준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간암 발생률이 증가하는데 이탈이아의 Bresica 지역에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코호트 연구한 결과 일일 음주량이 40~80g 정도 마시는 사람은 1.5배, 80g 이상 마시는 사람은 7.3배나 높은 간암 발생률을 보였다.

알코올이 간암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음주량은 보통 하루 60g 정도(5잔)부터이며, 약 80g 이상의 음주량으로 10년 이상 마시면 6~8배 정도의 간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알코올성 간경변증 환자들은 매년 1% 정도에서 간암이 발생하고 있다.

간염 환자가 음주 시 간암 발생률은 2배 증가

바이러스성 간염이 있는 사람이 술을 마시면 간암 발생률은 어떻게 될까? 상승효과를 내어 더욱 높아진다. C형 간염이 있는 사람이 술을 마신 경우는 술을 마시지 않은 C형 간염 환자에 비해 일본의 연구에서 간암 발생률이 2배 정도 높아졌고, 이탈리아의 Bresica 지역에서도 3~6배 정도의 간암 발생률이 더욱 높아졌다. B형 간염이 있는 사람이 술을 마신 경우 역시 상승효과를 보여 대만에서 15년간 주당 3일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3~4배 정도, 일본에서 일일 평균 27g(2잔) 이상을 마신 사람이 5배 정도의 간암 발생률이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술을 마시면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약 10년 이른 나이에서 간암이 발생한다.

당뇨병 환자, 비만한 사람, 흡연자도 절주가 필요

최근 당뇨병과 비만, 흡연도 간암의 위험인자로 밝혀졌다. 이런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간암발생률은 어떻게 될까? 당뇨병 환자가 술을 마시면 2.5배, 비만한 사람이 술을 마시면 2.5배, 흡연자가 술을 마시면 2.9배 간암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 이러한 상승효과 때문에 비만한 사람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 흡연한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는 간암 발생 위험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알코올로 인한 간경변증이 간암으로 진행

알코올이 간암을 일으키는 기전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부분 알코올로 인한 간경변증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미국 19%, 이탈리아 14%에서는 간경변증이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간암이 발생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알코올이 간암을 일으키는 기전으로 아세트알데히드의 발암 작용, 알코올 분해 CYP2E1 효소의 유도로 생기는 활성 산소의 증가, 암 전구물질의 활성화, 비타민 A의 유도체 레티노익산(retinoic acid)의 감소, DNA 메틸화의 감소 등의 기전에 의해 일어난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의 유전적 감수성과 영양상태 등이 함께 작용한다.

금주 후 10년이 지나야 간암 발생 위험률 감소

술을 끊게 되었을 때 간암 발생률이 감소할 수 있는가? Donato F의 연구를 통해 살펴보면 금주한 지 10년 동안에는 현재 음주하고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간암 발생률이 더 높았다가 10년이 지난 후에야 금주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고, Tsukuma 등도 현 음주자보다 과거 음주자에서 간암 발생률이 높아진 것을 보고하였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지만 사실은 따지고 보면 계속 술을 마신 사람들은 간경변증으로 조기에 사망하게 되고, 금주함으로써 오래 살게 된 과거 음주자가 간암 발생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따라서 알코올 섭취량이 많았던 사람은 10년이 지나야 간암 발생 위험률이 줄어들 수 있다.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은 10년이 지나야 간암 발생 위험률이 줄어들 수 있다.

간경변증 환자는 금주, 일반인은 절주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은 간경변증 자체로도 간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한 잔의 술도 피해야 하며, B형 간염 바이러스,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가능한 한 술은 자제하여야 한다. 간암의 위험요인이 없는 사람은 음주량이 일일 1~3잔 이하인 경우는 간암의 위험률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오미경 | 강릉 아산병원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