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인 ○의 어머니는 오늘 무척 속이 상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가 수업 중에 산만하고 쉽게 주의가 분산되며, 시험을 볼 때도 아는 것을 실수해서 자꾸 틀리는 것 같다고 걱정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부산하고 산만한 행동이 그저 남자애들의 특징이려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자신의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한다는 얘기를 듣자 충격을 받으신 것입니다.

○이의 부모님은 아이 문제를 상의하고자 소아정신과를 방문하였습니다. 아이의 발달과정에 대한 문진과, 심리검사, 설문 등을 통해 주의력결핍과잉운동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약물치료와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였고, 치료 3개월 만에 ○이는 집중력이 호전되어, 수업태도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성적도 상승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의력결핍과잉운동증은 대개 초등학생 때 발견되는 흔한 행동문제입니다. 남자아이에서 더 흔하게 나타나지만, 여자아이에서는 부산한 행동은 잘 보이지 않고 얌전한데 딴 생각을 많이 하고, 과제 수행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지역에서 약 2,700명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한 결과, 약 10% 정도의 아동과 청소년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개 유치원 때부터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으나, 행동조절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는 초등학교 때부터 적응상의 어려움을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수업 및 과제수행에 지속적 집중이 요구되는 3학년부터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학습에 흥미를 상실하거나, 행동문제를 보이며,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도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주의력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의 기능적인 이상 및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결코, 아이 자신의 성격적인 문제거나 반항심 때문이 아니고, 부모님이 아이를 잘못 키워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잘못 판단하시는 경우, 아이를 더욱 통제적으로 다루거나, 반대로 방임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부모님과의 관계 및 행동문제는 더욱 악화되어, 아이는 주의력결핍과 더불어 반항, 분노, 좌절, 우울과 같은 이차적인 문제까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적절한 시기(대개 초등학교 시기)에 전문가에게서 자세한 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사례1

△군은 지금 15세 중학교 2학년 남아입니다. 집에서의 심한 반항문제, 가출, 도벽, 거짓말 등을 문제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군은 7세 때부터 부산하고, 충동적이며, 감정조절을 잘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교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합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머리는 나쁘지 않은데, 제대로 끝까지 과제를 끝내지 못하고, 짜증을 잘 내고, 급우의 사소한 지적에도 폭발하여 싸움이 일어난다고 걱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부간의 의견 불일치와 치료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평가와 치료를 계속 미루셨습니다. 그러다가, △군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집에서 부모에게 폭언을 하고, 흡연과 음주를 가끔 하더니, 교내 불량 서클에 가입하고, 행동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진단결과 △군은 주의력결핍과잉운동증과 충동조절문제 및 품행장애를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심한 자존감의 문제와 친구관계의 갈등, 약물문제 등을 동반하게 될 위험성이 매우 커지며, 학업탈락 및 의욕상실을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증세가 가벼운 경우 치료자와 부모님과 함께 하는 행동조절프로그램만으로도 많이 호전이 되지만, 중간 정도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라면, 주의력 문제, 과다행동, 충동성을 조절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고 소아에서도 대단히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중추신경활성제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그 결과 대개 80% 정도에서 호전을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반드시 행동조절 프로그램도 병행을 해야 합니다. 대개 치료성과는 주의력의 호전과 더불어 학습능력의 향상, 또래 관계 및 선생님과의 관계 호전 등으로 학교적응이 매우 좋아지며, 가정에서 부모님과의 관계가 매우 긍정적으로 전환됩니다.

치료의 성과는 치료의 시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기에 치료가 시작되고, 부모님이 적극적인 도움을 함께 주시면, 아동의 행동문제와 갈등은 상당부분 감소되고, 자존감의 손상도 예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나, 청소년기까지 치료시기를 늦추게 되면, 그만큼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부모갈등이 이미 증폭되어 버린 경우가 많아 치료과정에 잘 따라오지 않는 문제로 치료가 중단되는 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시기의 검진을 통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것입니다.

김붕년 | 서울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 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