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술을 마시는데 연간 얼마의 돈을 사용할까? 이 질문의 정답은 무려 3조 원이다. 그러나 이는 술을 구매하는 데 사용한 돈으로,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3조 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숙취로 인해 혹은 질병에 걸림으로 인해 감소한 노동 생산성, 질병 치료에 투입된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술로 인해 우리 국민은 무려 연간 15조 원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GDP가 8900억$(약 890조)이고 정부 예산이 2007년에 약 164조 원이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엄청난 돈이 술 때문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엄청난 돈은 사용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물론 적절한 음주는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한다. 한 잔의 포도주를 매일 마시면 혈액순환이 촉진된다는 보고도 있고, 적절한 음주는 대화를 풍부하게도 한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로 인한 피해는 결코 작지 않다.

  알코올 중독은 유전적 요인이 워낙 강한 질환이라 가정 폭력, 가난 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를 차치하고서도, 과음은 이로 인한 숙취와 질병(간염, 간경화, 간암, 췌장염, 영양실조, 치매 등)을 통해 노동 생산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결국, 술이 우리를 병들고 가난하게 하는 것이다.

  한편, 누군가를 강제로 과음하게 하는 우리의 음주문화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ADH와 ALDH에 의해 아세테이트로 분해되어 배출되며, 중간대사 산물은 우리 몸에 상당히 해롭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ADH혹은 ALDH가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거나 부족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에게 과음은 치명적이다. 따라서 강제로 과음하게 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외국 사람들과 만나서 술자리를 갖게 되거나, 이들의 파티에 참석하면 술을 적절히 또한 자신이 마시고 싶은 만큼 조절하며 음주를 즐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음주문화가 아직 우리에게 정착되지 않은 것이 참 아쉽게 느껴진다.

김현철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