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 충남의대 가정의학과

얼마 전 종합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내원한 40대 직장인 K씨는 술을 좋아한다고 했다. 평소에는 규칙적인 대변을 보다가 과음한 다음 날은 항상 가늘어지고 묽어진 대변을 보고 여러 번 화장실을 가게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대장 검사를 별도로 해 본 적이 없다고 하여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유하였다.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여러 개의 대장 용종이 발견되었고 즉시 제거하여 조직 검사를 해 본 결과 「선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선종」은 대장암의 전 단계 병변 중의 하나이다. 그 자체로는 암이 아니므로 안심하고 정기적으로 대장 검사를 하기로 하였다.

BC 8000년경 발효된 꿀을 이용한 맥주 형태의 꿀 술(mead)이 사용된 이래로, 술은 인류문명의 역사와 함께 언제 어디에서나 자취를 같이하였다. 일찍이 로마인들은 포도주를 「생명의 약」으로 부르면서 만병의 치료제일 뿐만 아니라 생명을 무한정 연장해줄 수 있는 「젊음의 샘」으로 믿기도 하였으며, 10세기경 아라비아의 의사인 Rahzes에 의해 증류 과정을 통한 술이 개발된 후에는 최고의 약으로 인식되면서 「생명의 물」로까지 불렸다. 중세에 이르러서는 의식(儀式)과 관련되어 사용되기 시작하여, 현재에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고대 사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즐겨 왔고 남용해 왔던 음료로 「적당히 마시면 약이요, 과하면 독이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다양한 약리 반응을 통하여 많은 신체적인 영향을 일으키는데, 특히 약한 약물에 속하는 술의 특성상 쉽게 오남용으로 이어져 더더욱 우리들의 몸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섭취된 알코올의 흡수는 주로 소장의 근위부에서 이루어지고 다음으로 위장과 대장에서 흡수되며 나머지 일부는 구강과 식도 점막에서 소량 흡수된다. 소장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을 소화하는데 이 중에서도 지방은 리파아제에 의해 더 작은 단위로 분해되어 소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소장이 알코올에 노출되면 다른 음식물을 모두 제쳐놓고 가장 먼저 흡수하기 때문에 특히 지방의 소화에 방해를 받는다. 그리고 위(胃)에서와 유사하게 장내 정상 세균의 균형이 깨져 균들에 의한 가스 생성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복부불편감이 가중될 수 있으며, 큰 입자들에 대한 소장의 투과력이 증가하고 장내독소의 혈류 유입 가능성이 커져 알코올성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장상피세포의 탈락 및 장내 점막에 손상이 발생하여 소장 벽의 미란 및 출혈이 나타날 수 있으며, 융모의 위축 및 섬유화 등 염증이 유발되어 소장의 흡수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설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손상된 조직의 재생과정에서 과증식 또는 이형성으로 인한 암의 발생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된다.

알코올은 소장에서와 유사하게 대장에 직ㆍ간접적으로 작용하여 세포의 아포토시스 및 괴사를 일으킨다. 긍정적으로는 암에 이를 수 있는 손상 받은 세포들의 파괴를 자극하는 반면, 중요한 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그들의 증식을 자극한다. 하루 80g 이상, 주 3회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의 경우 비음주자에 비해 대장 용종의 발생률이 약 2.8배 높아지고, 과음자의 경우 비음주자에 비해 대장암의 발생 가능성이 3.3배 높다는 연구가 있으며, 하루 160g 이상의 알코올을 꾸준히 섭취하는 경우에는 비음주자보다 대장암의 발생 위험도가 10배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알코올과 대장암의 연관성은 알코올의 양뿐만 아니라 술의 종류와도 관계가 있는데, 포도주의 경우 대장암과의 연관성이 가장 약하지만 맥주는 강한 연관성이 있다. 포도주는 알코올을 제외한 일부 성분이 항암 효과를 보이지만, 맥주 와 독주의 경우에는 술에 포함된 유전자 독성물질(Nitrosamine)의 간 내 대사과정이 알코올에 의해 바뀌면서 더더욱 대장ㆍ직장암의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 또한 알코올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히드의 경우, 국제암연구기관에 의해 동물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는 등 구강, 대장 등 소화기계 전반에 걸쳐 암 발생에 대한 잠재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알코올은 대장ㆍ직장암 이외에도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가진 건강인의 경우 배변 습관에 변화를 주어 음주 후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장 내막을 손상시켜 발생한 수분 및 전해질의 흡수 장애와 더불어 S자 결장 및 직장 등에서 근육의 운동을 감소시켜 당분을 다수 함유한 음식들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여 음식물의 장내 체류 시간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과음은 앞서 살펴본 소화기계 계통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외에도 중추신경계, 순환기계, 골격계, 비뇨 생식계 등에 수많은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 적절히 이용하면 더없는 음료이자 약품이지만 그릇된 오남용은 과음의 위험성을 더욱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면의 칼을 가진 알코올에 대해 절제하는 음주 습관과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