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련 / 명지대 교수 식품영양학

중년에 접어들면서 고혈압 걱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이 27.9%에 달하고 있고 순환기계 질환 사망자 수를 모두 합치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더 많다고 한다. 고혈압을 예방하거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저염식이 필수적인데 우리 식생활의 가장 큰 문제점인 짜게 먹는 습관은 고혈압의 가장 큰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덜 짜게 먹기 위한 방안으로 저염(저나트륨)식품들이 개발되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나트륨과 소금은 어떻게 다른가?

나트륨 (Na)은 소디움이라고도 표현되며 소금의 구성성분이다. 소금의 화학구조는 Nacl로 나트륨과 염소가 결합한 형태이며 소금의 40%가량은 나트륨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금의 구성분인 나트륨은 체내에서 수분량을 조절하는 등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상적인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나트륨이 부족할 염려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나트륨은 지속적으로 많이 먹을 경우 혈액량을 증가시키고 혈관수축을 자극하는 등의 역할로 선천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에게서 고혈압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라면 포장지에는 다음과 같은 영양성분표시가 있는데 나트륨이 1,970mg이므로 라면 한 봉지를 끓여서 국물까지 먹는다면 라면에서만 소금을 약 5g 먹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단무지와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추가로 4-5g의 소금을 먹게 된다.

소금은 하루에 얼마나 먹어야 건강할까?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소금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한 티스푼 정도인 5g이며 이는 음식 만들 때 사용하는 소금, 간장 등의 양념에 들어 있는 소금량뿐 아니라 김치, 고기, 밥, 과자 등 우리가 먹는 모든 식품에 포함된 양을 모두 더하여 5g을 먹으라고 권고한다. 2005년 한국영양학회에서는 한국인의 짜게 먹는 습관을 고려하여 목표섭취량을 5g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어린이를 포함한 전 연령층에서 매일 10g 이상의 소금을 먹고 있고 어떤 계층은 20g 이상도 먹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하루 나트륨 섭취기준치를 3,500mg (소금 환산양 8.75g)으로 정하였고 보건복지부는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1단계 목표를 하루 10g 이하 섭취로 정하여 권장하고 있다.

저나트륨 소금은 일반 소금보다 유익한가?

저나트륨소금은 염화나트륨(Nacl) 대신에 염화칼륨(Kcl)성분을 강화하여 일반소금과 비슷한 짠맛을 내면서도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개발된 상품이다. 따라서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므로 외국에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다만 혈압을 낮추는 치료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약의 종류에 따라 칼륨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고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칼륨이 체내에 축적되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염과 무가염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나라에서도 가공식품의 포장지에 무염 또는 저염이란 표시를 할 때는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기준을 따르도록 규정되어 있다. 저염 표시는 식품 100g당 나트륨 함량이 120mg 미만일 때, 무염표시는 100g당 5mg 미만일 때 가능하다. 그러나 무가염이란 표시는 소금을 추가로 첨가하지 않았다는 표시로서 본래 식품 중에 포함된 나트륨 함량은 오히려 높을 수도 있고 본래보다 나트륨 함량을 1/2로 낮췄다 하더라도 여전히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있으므로 식품의 영양표시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소금은 나트륨 함량이 다른가?

시중에는 죽염, 녹차염, 볶은 소금, 천일염 등등 다양한 상표명의 소금이 판매되고 있고 각각의 건강 관련 주장도 다양하다. 그러나 녹차성분이 첨가되거나 맛소금처럼 조미료 성분이 첨가되거나 또는 더 많은 정제과정을 거쳐 순도를 높였더라도 나트륨의 함량은 거의 비슷하므로 고혈압에 미치는 영향은 같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1/2솔트, 하프솔트 등은 나트륨 함량을 반 정도로 낮추기 위해 일부를 염화칼륨, 황산마그네슘 등으로 대치한 것들이다.

소금 외에 나트륨 섭취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나트륨은 식품 자체에도 함유되어 있지만 조미료, 베이킹파우더, 발색제 등 첨가물에도 함유되어 있으므로 가능하면 가공식품을 적게 사용하고 음식의 간을 싱겁게 해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자들은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나트륨 섭취량은 식품 자체에 들어 있는 양, 가공식품에서 섭취하는 양 그리고 조리할 때 양념으로 첨가하는 양이 거의 비슷하다고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