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 서울대 교수 체육교육학

어린이, 청소년 건강과 운동

요즘 아파트나 주택지역에 보면 밖에 나와 서로 어울려 운동을 하면서 노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필자 또래 때는 학교가 끝나면 학교나 동네 친구들과 함께 해질녘까지 술래잡기, 공차기, 고무줄놀이 등으로 뛰어놀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들은 학교 끝나고 여기저기 학원 다니기 바쁜 현실이다. 운동도 학원에서 하거나 팀에 끼어야 할 수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 실천율은 남자 청소년에서는 27.8%로 성인남자(22.2%)보다 높으나 여자 청소년에서는 11.6%로 성인여자(19.4%)보다 낮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주 2-3회 이상 규칙적인 신체활동에 참여하는 성인들은 10년 전에 비해 5.2%나 증가했으나 청소년들은 17.6%가 감소하여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의 67% 정도가 신체활동이 부족하다고 한다. 따라서 신체활동 부족에서 기인하는 체력 저하 및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2004년 국민체력실태조사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체격은 향상되고 있는 반면 체력은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주변국인 일본이나 중국의 청소년보다도 체력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놀이와 스포츠를 학습보다 경시하는 의식과 여가 때 컴퓨터 게임 등 실내에서만 지내는 아이들이 늘어난 점,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감소하고 개인화, 핵가족화에 따라 놀아줄 사람이 없는 것, 그리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생활양식 때문에 초래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청소년에 필요한 운동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체력증진과 유지를 위해서는 비교적 활발한 운동을 매일 1시간 정도 하는 것, 그리고 학교까지 자전거 타기나 걷기와 같은 적당한 신체활동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다른 행동방식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어른들과 같은 방법으로 운동을 적용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활기차고 격렬한 움직임을 하는 것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장기간의 강도 높은 운동을 하게 하는 것은 신체활동에 대한 흥미를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다.

어린이, 청소년과 근력운동

아이들은 대개 구기운동과 수영, 달리기 등의 유산소운동과 철봉, 매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등의 근력운동을 많이 한다. 어른들이 헬스센터에서 하는 형태의 근력 운동은 어린이의 성장판에 영향을 주거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 때문에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별로 없다. 근력운동도 자격을 갖춘 지도자의 관리 아래 운동을 한다면 안전하고 재미있는 운동 방법이 된다. 즉 아이들의 능력을 초과한 운동 빈도, 운동량, 강도를 피하고 휴식시간을 충분히 갖고 한다면 근력운동도 아이들의 근력발달을 위해 즐거움을 주는 좋은 종목이 될 것이다.     

운동과 키의 성장

부모들은 아이들의 키 성장에 관심이 많다. 키의 성장에는 유전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며 영양, 운동과 같은 환경요인이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단기간 혹은 장기간의 운동이 성장과 관련되어 있는 여러 가지 호르몬을 변화시키지만 그 결과로 실제 아이들의 키가 커지는 지는 명확하게 입증되어 있지 않다.

어린이에게 규칙적인 운동과 신체활동은 신체 발육, 체력 증진, 운동 기능 발달,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해주는 역할 등의 신체적 효과 이외에도 정신적 스트레스, 영양 과잉과 비만 등의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영국에서는 체력(fitness)장관을 선임하였다. 피트니스 장관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 전까지 전 국민의 군살을 빼고 체력을 기르는 캠페인을 국가 차원에서 실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영국이 전담 장관까지 신설한 것은 급증하고 있는 비만 문제, 특히 어린이 비만이 국가와 사회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과체중과 비만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신체활동 참여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신체활동과 운동을 장려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과 공중보건의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도 국가차원에서 아이들의 운동부족과 체력저하, 비만 개선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