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 /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주변을 보면 아무리 바빠도 여름철 피서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휴가를 통해서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친 생활에 활력을 주고 업무 능률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휴가를 다녀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즐거운 여름철 휴가 후에 의외의 건강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는데 있다. 대부분은 별문제 없이 해결될 수 있기는 하지만 부주의로 인해 심한 합병증을 앓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기회에 여름철 휴가 후유증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화상

모처럼의 휴가에 들뜬 마음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뜨거우며, 통증이 생기고, 붓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이른바 일광화상이라는 것인데 자외선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피부에 화상을 입은 것이다. 햇빛에 직접 노출되지 않아도 피부가 타는 일이 많은데 자외선이 모래나 수면에서 반사되어 우리의 피부를 태우기 때문이다. 일광화상을 자주 입거나 반복적으로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의 탄성조직에 변화가 와서 피부의 노화가 촉진되고 또 주름살을 많이 만드는 원인이 된다. 또 피부암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광화상을 입으면 일단 화상 부위를 보호해야 하는데 수영을 할 때에도 옷을 입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도록 한다. 흔히 발적과 통증만 있는 1도 화상의 경우에는 자가 치료가 가능한데 찬물로 계속 씻어 내거나 얼음을 잘게 부수어서 비닐봉지에 넣고 냉찜질을 하면 좋아진다. 만일 화상 부위에 통증이 계속된다면 아스피린과 같은 소염진통제를 복용해도 좋다. 물론 화상이 나을 때까지는 일광욕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물집이 잡힌 경우라면 2도 화상 이상인 경우인데 물집은 일부러 터뜨리지 않도록 하고 앞서 설명한 방법대로 처치한 다음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해야 한다. 드물게는 화상뿐만 아니라 발진이 돋거나 가려움증이 생기는 광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물놀이 귓병

물놀이를 하고 나서 귀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 경우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급성 외이도염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오염된 수영장의 물에는 각종 세균이 오염되어 있을 위험이 큰데 이 세균이 외이도[귀바퀴(耳介)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에 감염을 일으키면 외이도염이 된다. 여름철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난 후에 많이 생긴다고 해서 소위 풀(pool)병으로도 부른다. 또 외이도 속의 귀지(이구, 耳垢)가 수영장 물에 불어서 귀를 막고 이것이 외이도의 피부에 자극을 주게 되면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귀지를 제거한다고 귀를 후벼서 외이도에 상처가 난 사람에서 세균이 침입하기가 더욱 쉽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일단 외이도염이 생기면 처음에는 가벼운 통증과 함께 가려운 증상이 생기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져서 식사를 할 때나 걸을 때에도 통증이 있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된다. 심하면 밤에 잠을 자기도 어려운 경우도 있고 귓구멍이 막혀 난청이 생기기도 한다. 보통은 쉽게 치료가 되지만 여름철에 생기는 외이도염은 2~3주씩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물놀이 귓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물놀이를 할 때에는 귀마개를 하면 좋고, 귀속의 물을 빼낸다고 귀를 후비지 않아야 하며, 사람들이 너무 많거나 물이 더러운 곳에서는 물놀이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균 중에는 수영장의 염소 소독만 가지고는 살균이 되지 않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휴가 후 피로 증후군

재충전의 기회가 되어야 할 휴가 후에 오히려 피로를 느끼고 한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모처럼의 휴가이지만 무리한 일정으로 강행군을 하거나 피서지의 수많은 행락 인파와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나면 휴가가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무리한 휴가를 다녀오고 나서는 오히려 혈압이나 혈당이 악화되는 환자들도 있다. 따라서 휴가 계획은 절대로 무리하지 않게 잡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휴가를 다녀와서는 바로 출근하기보다는 1~2일 정도는 쉴 수 있도록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 휴가를 다녀온 후에도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휴가 중에 누적된 피로를 풀도록 하고 혹시 건강상의 문제는 없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면서도 평소의 생활 리듬을 빨리 회복해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