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 성신여대 심리학과|한국 및 미국 임상 심리전문가

얼마 전에 1주일에 10kg을 감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매일 같이 운동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이한 40대 남자 사건이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온통 웰빙이라는 슬로건 하에 전 국민이 마치 웰빙 강박증에 걸려서 웰빙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서 오히려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고통을 받는 듯한 느낌이다. 예를 들면 요즘 슈퍼에 가보면 농산물이나 식품에 웰빙이라는 글자가 거의 붙어 있다. 그런가 하면 요즘에는 많은 TV나 인터넷에서 소개하는 웰빙 음식을 가려 먹다 보니 음식을 심하게 가리게 되어서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 사례도 있다. 웰빙 강박증에 관련된 다른 사례들을 보면, 감량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운동을 하거나 조깅 중독에 걸려서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뱃살과 전쟁을 벌인다고 선언한 여성이 요가를 무리하게 배우다가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증을 보여서 병원 치료를 받은 사례들이 있다.

이처럼 건강을 위해서 노력하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거나, 자신이 수집한 웰빙에 관한 정보에 너무나 집착하면서 오히려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웰빙 강박증자들이다.

만일에 당신도 다음 중 4개 항목에 해당하면 자신은 웰빙 강박증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1. 건강식품, 살 빼는 규칙, 계획이나 형식에 집착해서 오히려 건강의 흐름을 잃게 되고 생활의 적응에 힘들어함.

2. 건강문제에 지나친 관심 때문에 일생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가정이나 직장 생활에 문제를 가져옴. 다른 일이나 과제 완수에도 완벽주의를 보임(대체로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 때문에 과제를 끝맺지 못함.)

3.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음식 통제, 채식 집착, 살빼기 위한 운동에 집착해서 여가 활동이나 우정, 가족과의 관계를 희생하게 됨.

4. 자신이 생각하는 웰빙에 관련 방법이나 정보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

5. 웰빙에 관련된 닳아빠지고 무가치한 물건을 감상적인 가치가 없는 경우에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 둔다.

6. 웰빙에 관한 한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타인에게 맡기거나 같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음.  

7. 자신의 웰빙에는 집착하고 돈을 많이 사용하지만, 타인에게 지나치게 인색하다.

8. 매사에 경직성과 완고함이 보임.

물론 웰빙 강박증이 학계에 공식적으로 승인되거나 검증되고 진단 기준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웰빙 강박증자들은 강박증 성격 장애의 특징들이 웰빙에 관련된 음식, 운동, 의약 처방 등의 문제로 표현되면서 생활의 적응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추정할 수 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약이 되기보다는 독이 된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듯이 웰빙에 관련된 음식 조절이나 건강식 선택, 지나친 운동 등은 오히려 웰빙을 저해하게 된다.

우리는 웰빙이라고 하면 신체적인 웰빙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웰빙에는 신체적, 정신적, 영적인 웰빙의 3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체적인 웰빙은 완벽하게 지켰더라도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상처를 받으면 신체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어서 각종의 질병에 취약해진다. 또한, 심리적인 웰빙을 달성해서 마음은 편안하지만 인간의 영혼이나 영적인 웰빙이 부족하면 그 개인의 영적인 삶은 피폐하고 이기적인 삶의 연장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 전인적, 종합적인 웰빙에 신경을 써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한다.

1. 진정한 웰빙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본적으로 사랑해야 한다. 즉 자신의 몸이 생각보다 뚱뚱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자신을 사랑하고 수용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몸무게와 일치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매일 같이 정기적인 운동을 하면서 몸무게가 줄어들면 좀 더 즐거움을 누리고 몸무게가 생각만큼 줄지 않아도 자신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2. 신체 건강을 위해서 몸무게 감량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야 한다. 즐겁게 운동하고 즐겁게 음식을 먹고 삶을 나누는 것이 웰빙의 근본이다. 감량의 목표를 달성해야 안심하고 편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이 아니고 감량을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감량의 목표가 달성되면 좀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낀다는 자세로 웰빙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

3. 웰빙에 관한 한 완벽주의적인 사고나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웰빙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매번 실패하거나 실수했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실망하고 자신을 질타하고 비난하는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하루 실수했다면 실패하지 않은 더 많은 날을 연상하면서 그래도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

4. 진정한 웰빙은 영적인 웰빙을 성취하는 것이다. 영적인 웰빙은 진정으로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갈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종교, 도덕적인 가르침들이 우리의 정신적인 웰빙의 중요한 영적인 양식이기에 이러한 영적인 음식 섭취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사랑과 자비를 실천할 때 인간은 어느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전천후 웰빙을 달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