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혁 | 대한보건협회 명예회장

대한보건협회가 50주년을 맞이하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다. 1957년 9월 21일 대한보건협회의 전신인 대한공중보건협회가 설립됐을 당시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많은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된다. 공중보건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현 정부청사 자리에 있었던 옛 화학연구소 회의실에 1주에 한 번씩 모여 토론에 열중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양재모(梁在謨) 씨, 김명호(金命鎬) 씨, 김용성(金容聖) 씨, 윤석우(尹錫宇) 씨, 구연철(具然哲) 씨, 필자 등 MPH를 취득한 분들과 대선배이신 송형래(宋亨來) 선생, 최영태(崔永泰) 선생 등이 주역이었으며 화학연구소장 허금 박사께서 회의실을 사용토록 해주어 참으로 고마웠다.

교통이 편리하고 토론장으로서는 적격한 조건을 구비했던 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었던 까닭에 주 1회 열린 학술토론회는 언제나 열기에 찼었다. 양재모(梁在謨) 형과 필자는 교대로 총무부장과 학술부장이 되어 토론회 연제를 신문사에 알리곤 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이런 토론회 개최는 희소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신문사마다 잘 보도해줬던 일이 생각난다.

초대 공중보건협회장으로는 송형래(宋亨來) 선생을 모셨는데 해방 후 미군정청의 추천으로 미국 보건대학원으로 파견되었던 10명 중의 한 분으로 대단한 정성과 적극성으로 보건협회를 이끌어 주셨다. 그 후 대한공중보건협회는 대한보건협회로 개칭되었으며 1975년 4월 26일 대한보건협회 재건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1975년 9월 5일부터는 「보건학 공개강좌」가 시작되어 130회 실시되기도 했다.

보건사회부로부터 사단법인이 인가된 것은 1975년 9월 12일이었다. 1975년 10월 30일 대한보건협회 학술지 창간호가 발행되었고 동년 12월 5일 제1회 종합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렇게 살펴보면 1975년이 협회 「중흥의 해」였음을 알 수 있다. 1978년 2월 1일에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 가입했고 1978년 5월 11일 강원도 지부결성을 시작으로 9개 지부가 결성되었다. 1978년 2월 28일 회원 학회 가입을 받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11개 학회가 가입하고 있으며 학회마다 알찬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978년 11월 5일에는 세계보건연맹(WFPHA)에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였고 1979년 5월 10일에는 제13차 세계보건연맹 연차총회에서 실행이사국으로 피선되었다. 같은 해 5월 18일에는 「유산균과 건강」이라는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시작되었다. 이 심포지엄은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는데 전적으로 한국야쿠르트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학술회의로 발전했다.

1988년 필자가 보건사회부 장관 시절 1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얻어낸 일이 생각난다. 국회 보사위원회에 상정되었는데 많은 의원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신상우(申相佑) 위원장(현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이 『장관의 권위를 위해 받아줍시다.』라고 하여 통과되었다. 나는 그 후부터 신 의원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있다.

대한보건협회의 취약점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상으로 빈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 중에서도 1997년 11월 30일에는 「대한보건협회 40년사」가 발간되었고 박성배(朴聖培) 전 회장의 노력으로 회관이 매입되었고 한달선(韓達善) 현 회장은 회관을 처분하고 2007년 3월 1일 강의실이 비치된 새로운 회관을 마련하였다.

한편, 사업의 일환으로 산하에 「범국민절주운동본부」가 설치되어 활발한 운동이 진행되고 있고 한편으로는 「보건교육원」이 설치되어 남철현(南喆鉉) 부회장을 중심으로 보건교육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고해 보면 필자는 1975년 5월부터 83년 10월까지 회장직을 맡았었고 1985년 11월부터 88년 4월까지 재차 회장직을 역임하고 현재 명예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런데도 협회 발전에 적극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부끄럽다. 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필자는 참회의 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