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편집위원장 안종주

그를 인터뷰를 한지 10분 만에 의지가 굳고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한 날(26일) 저녁에는 마침 대한보건협회 간부 송년모임이 있었다. 몇 시간 전 인터뷰한 이야기를 했더니 그와 만난 적이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내가 받았던 인상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전혁희 청소년보호단장(54)이다. 체육부에서 시작한 공직생활이 어느덧 25년이 넘었고 그 가운데 20년을 청소년 문제와 씨름해왔다. 98년부터는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줄곧 청소년 관련 업무를 진두지휘해오고 있다. 2006년부터 청소년보호단장을 맡았고 지난 10월에는 공모직으로 바뀐 이 직책에 도전해 계속 단장을 맡게 됐다.

그가 근무하는 옆 건물에는 최근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입주해 경비가 삼엄했고 바로 그날 현판식이 있었다. 새로운 정부를 준비하느라 바쁜 인수위처럼 전 단장도 요즘 내년부터 추진할 청소년 음주 및 흡연 예방에 관한 법률 제정에 힘을 쏟고 있다. 청소년 음주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어떤 전략과 어떤 제도로 청소년 음주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보았다.

▶ 먼저 청소년보호단이 하는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 청소년을 각종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청소년이 성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청소년이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매체의 유해 영상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 등도 포함됩니다.

▶ 이 분야 일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어떤 것들이 청소년 유해환경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청소년의 성 피해나 술, 담배 등에 대해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너무나 너그럽습니다. 그래서 최근 청소년성보호법을 개정해 성범죄자의 거주지와 취업 장소 등 신상을 2008년 2월부터 주민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 자녀들을 성범죄 피해로부터 예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최근 조사한 바로는 청소년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술을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 우리나라는 청소년이 술과 담배를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은 없습니다. 다만 이들에게 술과 담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거리 곳곳에 주류 선전물이 넘쳐나고 TV에서도 한밤중에는 주류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해로운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술, 담배의 유혹에서 견디기가 쉽지 않죠. 앞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그 첫 단추가 바로 청소년 음주 및 흡연 예방법 제정입니다. 앞으로 여기에 온 힘을 쏟은 뒤 공직생활을 마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 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이 쉽게 술을 구입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영업자 규제가 소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우리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주류 판매 면허 제도를 도입해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업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 TV에서 지난 2003년부터 드라마 등에서 흡연 장면을 내보내지 않은 뒤로 술을 과도하게 마시는 장면이 잦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작가나 PD의 노력에 따라 음주장면 없이도 이야기를 충분하게 전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부득이 음주장면이 필요하다면 나발주, 폭탄주, 사발주, 음주폭력 등을 마구 내보낼 것이 아니라 품격 있게 마시는 장면을 내보내면 되잖아요. 앞으로 우리 모두가 노력해 방송에서 건전하지 못한 음주 장면을 추방해야 합니다.

▶ 술을 마시는 장소가 너무 자유로운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일반 식당이건, 공원 안이건, 강 둔치건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는 문화도 어떻게 개선할 수 없나요?

▷ 최근 흡연은 장소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 안은 물론이고 여의도 공원 등 일부 공원 안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게 하고 있습니다. 일반 식당에서도 금연석과 흡연석을 구분해놓고 있는데도 늘고 있습니다. 체육관 안에서도 담배를 못 피우게 하고 있죠. 물론 흡연도 학교 건물 안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구내에서는 못 피우게 하는 등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술의 경우 우리는 강 둔치나 공원 안에서 제멋대로 마십니다. 앞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는 엄격하게 규제해 위락시설 구역 등에서만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새로 건설하려는 행정중심도시인 세종시의 경우 3개 위락지구를 만들어 그 곳에서만 술을 마실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나 집에서 나와 술을 마시려면 걸어서 1시간은 걸리는 곳에 가야만 할 것입니다. 앞으로 세종시뿐만 아니라 새로 만드는 신도시의 경우 이처럼 해야 합니다.

▶ 음주 문화와 관련해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 다른 것도 그렇겠지만 술에 대해서도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자기 의사에 반하여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구 폭탄주를 반강제적으로 돌려 마시게 하는 우리나라는 완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술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특히 청소년시절부터 교육해야 합니다. 공중파방송에서 폭탄주 장면을 내보내는 것은 달리 보면 시청자들에게 공공연한 폭력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최근에는 절주운동과 청소년 음주 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단체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청소년 음주 및 흡연 예방법 제정에 뜻을 같이 하는 단체와 일반 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약사회, 간호협회, 보건협회 등 각종 보건의료단체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 등 78개 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고 일반 시민 50만명도 청원서명을 했습니다. 17대 국회의원 100명도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 500만명의 서명을 받아 18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킬 계획입니다. 국회 차원에서도 청소년 음주예방 관련 연구회를 조직해 각종 청소년 유해환경 근절 입법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딱딱한 이야기만 했는데 청소년보호단은 이번 송년 모임 어떻게 치렀습니까?

▷ 저녁을 각자 먹고 인근 호프집에 가서 500cc 맥주 한 잔씩 마시고 저녁 8시10분에 헤어졌습니다. 최영희 위원장께서 술을 한 잔도 하시지 않는데다 역대 다른 위원장께서도 대체적으로 술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서 다른 조직에 견주어 술 문화가 건전한 편입니다.

마구 쏟아내는 전 단장의 말을 듣다보니 1시간이 훌쩍 넘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의 방을 나오면서 내년이나 늦어도 내후년에는 청소년 음주 및 흡연에 관한 예방법이 제정되기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