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 | 국립의료원 정신과

우리나라 청소년들 중 약 50%가 음주를 하고 그중 반수가 폭음하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아직 신체적·정신적으로 발달 과정 중에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 시기에 섭취한 알코올은 정상적 발달 과정 자체를 방해하여 그 후유증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청소년 시기는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학업, 진로, 직업 사회생활 준비 등 결정적 선택이 이루어지는 매우 중대한 시기이다. 따라서 청소년기의 기능 저하 혹은 어려움은 장래 인생 설계에 근본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듯 그리 길지 않지만 중요한 청소년기에 음주 행위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살펴보자.

뇌 발달 저해, 인지 기능 감소, 학습 부진 야기

첫째, 청소년 음주는 높은 결석률과 성적 저하와 같은 학교·학업 문제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알코올이 뇌 발달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음주 청소년에서 다양한 신경인지검사 연구 결과, 주의 집중력과 기억력, 시공간능력 분야에서 수행력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고되어 왔다. 실제 알코올에 노출된 뇌의 영상촬영을 해보면 해마, 뇌량과 같은 기억력 및 양쪽 뇌의 정보 교환에 중요한 뇌의 용적이 감소하여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리하여 공부를 하려 해도 이해가 잘 안 되고 노력한 것에 비해 효율성이 낮아져 학습에 대한 흥미가 꺾이고 폭음 시 무단결석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인지기능 저하는 한꺼번에 몰아서 폭음하는 유형에서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청소년의 경우 폭음 경향이 높다는 것이 문제이다.

둘째, 알코올을 섭취하면 우리 뇌의 통제 센터라고 할 수 있는 고위 중추 기능이 억압되어 감정조절이나 행동조절 능력이 약화된다. 그리하여 사소한 대인관계문제가 말다툼에서 시작하여 신체적 폭행으로 이어지기 쉽고 건전한 교내 활동에 흥미가 저하되고 여가시간을 주로 음주로 보내려는 경향이 높아진다. 특히 만취한 상태에서의 무모한 운전이나 폭행 등은 법적 문제를 야기하는 계기가 된다. 때로는 충동적 성행위를 하게 되어 성병 감염이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자살이나 타살 위험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화상, 추락, 익사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뜻밖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즉, 청소년 음주는 적절한 자기 통제력과 보호능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셋째, 숙취나 음주로 인한 건강 이상과 신체 질환이 초래된다. 정상적 신체 발달이 저해되고 간 기능 등 정상적 내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호르몬체계에 영향을 주어 정상적인 성적(性的) 발달이 저해된다. 청소년 음주는 다른 약물 남용의 위험률도 높여 건강에 더욱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술을 심하게 마신 경우 심지어 사망하기도 한다.

청소년기 음주, 알코올 의존에 이르는 경향 높아

이처럼 유해한 술은 중독성이 있어서 마시다가 끊기보다 처음부터 마시지 않는 것이 훨씬 쉽다. 대부분 호기심으로 혹은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우연한 계기로 마시기 시작한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는 가운데, 술을 마셨을 때 기분이 편안해지거나, 좋아지거나, 친구와 화해하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등 어떤 좋은 경험과 연결되면 다음 단계는 스스로 술을 찾아서 마시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이다. 술기운이 없어지면 금단 증상으로 불안, 우울 등이 밀려들어 불쾌감을 없애기 위해 술을 마셔서 다시 정상 기분을 되찾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를 알코올 의존이라고 한다. 혹은 한동안 마시지 않을 수 있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폭음을 하게 되고 마치 본인이 술을 조절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결국 음주 양상을 보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기적 폭음을 하고야 마는 것도 마찬가지 알코올 의존 상태이다. 술 마실 핑계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청소년 음주는 뇌 발달을 저해하고 인지 기능을 감소시켜 학습 부진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학교생활 및 교우관계 유지를 방해한다. 더 나아가 신체적 혹은 성적 폭력의 피해자 때로는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사고나 충동적 자살, 우발적 범행과 같은 극단적 결과를 심심치 않게 야기한다.

이렇듯, 청소년기는 굳이 알코올 의존까지 가지 않더라도 음주 그 자체로도 유해하지만 알코올 자체의 중독성과 청소년기의 특수성으로 인해 알코올 의존에 이르는 경향이 높고 속도도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아예 음주를 시작하지 않은 것이 좋고, 이미 음주를 시작한 청소년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