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고대로부터 인간의 생활에 있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하였고 우리민족의 희로애락에는 항상 술이 함께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술은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아무리 좋은 것도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하듯 술도 지나쳐 과음과 폭음으로 이어지면 다양한 신체적 합병증을 야기한다. 이러한 술이 우리의 소화기관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다.

구강

우리가 알코올을 섭취하면 위장관으로 가서 흡수되기 전에 가장 먼저 접촉하는 부위가 구강이다. 알코올은 침의 구성성분에 변화를 가져오며 침샘의 섬유화와 지방의 침착, 부종 등으로 인해 침샘의 비대가 발생할 수 있으며 발암물질의 대사에 영향을 주거나 점막의 투과성을 변화시킨다든지 또는 세포의 증식을 유도하여 구강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알코올 중독환자에서는 영양불량에 의한 설염, 구내염 등의 증상이 흔하며 이는 비타민 치료에 잘 반응한다.

식도

알코올이 식도에 도달하면 식도를 싸고 있는 표피층에 강한 자극을 주어 염증을 일으키며 이러한 알코올의 만성적인 섭취는 식도의 연동운동에 영향을 주고 하부식도 괄약근의 수축을 방해하여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한다. 알코올은 식도의 표피세포에 변화를 일으켜 식도암의 발생 빈도를 증가시키는데, 1993년 보고된 일본사람들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만성적인 음주자는 비음주자들보다 16배정도나 구강 및 식도암의 발암 확률이 높아졌다고 보고 하였으며 특히 흡연과 관련될 때 이들 부위의 암 발생률이 더욱 증가한다고 하였다. 술을 마신 다음날 심하게 구토 후 말로리 웨이스 증후군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식도와 위의 경계부가 찢어지면서 출혈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심하게 구토를 하면서 높은 압력으로 인해 생긴 상처에서 출혈이 되는 것이다. 이 증후군에 의한 출혈은 80%이상에서 자연적으로 멈춘다. 하지만 만성적인 과음환자에서 간경병증과 문맥 고혈압에 의해 발생한 식도 정맥류의 출혈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위장

우리가 섭취한 알코올은 구강, 식도를 통해 위장에 도달하는데 일부(20-30%)는 위에서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장과 대장으로 전달되어 흡수된다. 알코올은 위의 운동성에 영향을 주어 위 배출 시간을 지연시키고 위 점막과 점막하부를 손상시키며 위산의 분비를 증가시켜 구역질, 구토 및 소화불량, 속쓰림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알코올은 위염 발생과도 연관이 높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의 감염이 과음자에서 더 흔한 것과 관련하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알코올성 위염을 매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장기간의 알코올에 의한 위점막 세포의 자극 역시 위염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생각된다. 적절한 음식을 먹지 않고 공복으로 알코올을 섭취하면 위 점막의 손상은 더욱 심해지며 이러한 상태에서 알코올 섭취를 지속하게 되면 위점막 손상은 더욱 가중되어 위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러한 위염이나 만성적인 위궤양이 상부위장관 출혈을 일으키게 되면 내시경적 치료나 위절제술을 필요로 하게 된다.

소장 및 대장

알코올은 음식물의 소화 및 흡수를 관장하는 소장과 대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위장관 통과시간에 영향을 주며 장관의 점막세포를 자극하여 장염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궤양을 일으키기도 한다. 과음한 다음날 대변이 묽어지거나 설사를 하는 환자분들을 외래진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알코올은 장의 세포막에 변화를 초래하여 신체에 꼭 필요한 요소인 필수 아미노산, 지방산, 비타민 및 무기질의 흡수를 억제하거나 저하시켜 영양실조 및 빈혈을 일으킨다. 따라서 영양분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식사라 할지라도 알코올이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한 소용 없게 되며, 간장 보호제나 비타민 또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알코올은 대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만성적인 과음으로 인한 간경변증과 문맥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치핵(치질)의 증가를 볼 수 있다. 대장의 정맥류는 심한 항문출혈의 원인이 되며 대장 정맥류는 직장에 가장 흔히 발생한다. 알코올은 대장암과 대장용종 발생의 위험요인이며 특히 맥주와 직장암과의 강한 관련성도 보고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과도한 술은 우리의 소화기관에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친다. 2005년 미국 농림부에서 국민들에게 권하는 적절한 술의 양은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 두잔, 여성의 경우 하루 한잔까지이다. 적절한 음주는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하며 스트레스 해소 및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도움을 주지만 과다한 음주는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사회문제로 까지 발전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술을 즐길 줄 아는 절제의 미를 배워야 하겠다.

김종성 / 충남의대 교수,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