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지나친 것은 미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는 뜻의 과유불급 [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술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나칠 경우 우리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소 스트레스와 긴장감 해소 및 친목도모를 위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술 잔을 기울이곤 한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쳐 음주를 장기간 지속할 경우, 우리의 뇌 세포는 알코올에 적응하여 더 많은 알코올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 초조함을 비롯하여 땀이 나고, 피로감· 무력감에 빠지며, 구역질이 나는 등의 금단현상을 일으켜 술을 다시 찾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지속적 음주는 결국 난치성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

술을 한 두 차례 먹는다고 바로 알코올 의존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보통 10대 후반에　술을 처음 마시기 시작 해,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으로 가면서 술자리를 비롯해 음주 양 또한 늘어나게 되고 보통 30대 후반 경부터 간경화, 알코올 의존 등 술로 인해 유발되는 알코올 유도성 장애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 십 년에 걸친 지속적 음주는 알코올 자체의 독성과 금단증상을 유발하고,  비타민 B1 결핍증을 일으켜 뇌 세포가 파괴되어 결국 난치성 알코올성 치매를 부른다. 실제 우리나라 치매환자의 유형을 살펴보면 알코올성 치매 비율이 혈관성 치매나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정신장애를 유발시킬 수 있는데, 급성 알코올 중독, 섬망, 기억장애, 피해망상 및 행태 장애와 같은 것들이 수반될 수 있다.

술로 인해 즐거움과 만족감을 일으킬 때, 뇌의 작용은 뇌 속에서 감정을 전달하고 유발하는 회로 시스템(뇌보상회로)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보통 술을 마시면 기분 좋은 느낌이나 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우리 몸 속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하나인 도파민의 영향 때문이다. 즉, 알코올이 뇌를 자극하면 도파민을　활성화시키고,이것은 음주로 인한 짜릿한 쾌감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쾌감중추를 자극함으로써 음주자는 다행감, 쾌감, 즐거운 기분 등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약, 흡연, 도박, 섹스 등도 술과 마찬가지로 뇌 보상회로를 통해 의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따라서 이러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병적인 보상체계를 건강한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자극적인 행동과 물질이 아닌 보다 높은 차원의 긍정적인 행동 및 체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쾌감중추를 자극시켜 즐거움, 행복감, 성취감 등의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알코올이나 물질이 아닌 다른 건강한 행동에 「의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알코올을 분해 효소, 여성이 남성의 1/4로 알코올 분해능력 떨어져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알코올 의존은 더욱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여성 알코올 의존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술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보통 여성의 음주량은 남성보다 적어 건강에 대한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여성은 소량으로도 간, 심혈계, 뇌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실 예로 같은 양의 술을 섭취하게 한 후 혈 중 알코올양을 측정한 결과 여자에서 남자보다 훨씬 높게 측정되었는데, 일부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신체 내 수분율이 약 65% 대 51%로 남자의 수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더 잘 희석되기 때문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에 불구하고도 남녀의 혈 중 알코올농도 차이는 수분량의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어지지 않는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여성이 남성의 1/4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위장에서 일차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능력이 떨어져 체내에 더 많은 알코올이 흡수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술의 양에 따른 취한 정도를 예측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다양한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여성의 여러가지 호르몬 및 월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어떤 날은 술을 상당히 마셔도 괜찮은데 또 다른 날은 맥주 1～2잔만 마셔도 많이 취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술을 마실 때, 여성의 이러한 불규칙적인 면을 항상 고려해야 술 마신 후 벌어질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을 피하고 자신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자신의 주량을 알고 적절히 조절할 수 있을 때 술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언제든 해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술이 아닌 운동이나 건전한 취미생활, 봉사활동 등 자신만의 즐거움 꺼리를 만들어 보람과 만족,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보자. 이것이 바로 건강한 중독이며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지키는 일일 것이다.

   김대진  / 가톨릭대학교 성가병원 신경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