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끼리 알코올 의존증 치료하려다 가족 모두 정신적 혼란과 고통에

- 가족들도 상담받고 가족 프로그램에 참여해 술문제에서 벗어나야

- 알코올 폭력 일어나면 대화 시도 말고 무조건 자리 피해라

“아빠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마구 뛰어 살 수가 없어요.”

지난 4년간 아버지의 알코올 폭력에 시달려온 장모양(신림동, 17세)은 친척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을 하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지난달 알코올 의존증 때문에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죽인 여중생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알코올 의존자로 인해 가족이 겪는 고통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죄책감, 우울, 좌절감, 무기력, 실망, 불안증에서 대인기피증, 수면장애까지 알코올 의존자의 가족들이 받는 상처와 질병, 그리고 이런 갈등의 해결책 알아보고자 한다.

알코올 의존자 가족이 갖는 병,  알코올 가정(alcoholic family) 증후군

언어적 폭력은 물론 신체적 폭행, 심하면 성적 학대까지 일삼는 알코올 의존자의 인격변화의 최대 희생자는 바로 가족이다. 한 가족 구성원의 술문제는 나머지 가족들마저 정식적 신체적 상해와 질환을 갖게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알코올 가정 증후군이다.

알코올 가정 증후군은 「알코올 의존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의존자와 함께 오랜 기간 생활해 오면서 얻게 되는 집단 정신 장애」이며 알코올 가정 증후군의 특징적인 정신 증상으로는 적응능력의 저하, 강박적 행동, 파괴적 행동, 우울 및 불안증, 대인관계 기피, 낮은 자존감 등이 있다.

알코올 가정 증후군의 특징

▶ 알코올 의존자의 존재 부정 - 알코올 가정의 구성원들은 가족 내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또한 가족이 알코올 의존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어렵사리 인정해도 이것이 치료해야 할 질병이고 가족들도 알코올 가정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누적된 분노와 좌절을 억압하면서 어렵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무지 - 의존자가 아무리 자기 혼자 노력해도 술을 끊지 못하는다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족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의존자가 자신들보다 술을 더 좋아하고 중요시한다고 생각해 버림받은 느낌을 갖고 분노하기도 한다.

▶ 알코올 의존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 알코올 의존자 스스로 자신이 술을 조절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알코올 가정의 구성원들도 자신들이 의존자의 술을 끊게 만들고 술도 조절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다. 그래서 자신들의 시간과 노력을 들어 의존자를 바로잡아 보려 하지만 그에 따른 실패만 경험하게 된다.

▶ 죄의식과 자존심의 손상 - 술로 인해 의존자의 성격이 난폭해지고, 비난과 짜증을 가족들에게 퍼붓게 되면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가정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 죄의식을 갖게 된다. 게다가 의존자의 왜곡된 언행과 폭력으로 심한 자존심의 손상을 겪고 정말 가족들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질환 - 알코올 가정 증후군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장염, 두통, 궤양과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을 앓게 된다.

이호영 / 보건복지부 선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