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회사의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직장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외부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내부조직을 바꾸거나 직원을 감소시키는
것이 핵심이며 구조조정을 위한 기준은 생산성이다.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면 구조조정
대상 일순위에 해당된다.
술로 집단 단결을 꾀하지만
생산성 손실은 모른 척
서울시내의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20.1%가 ‘그것’으로 인해 회사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친 경험이 있으며 ‘그것’
때문에 원만한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고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20.7%, ‘그것’ 때문에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응답자는 60.6%,
‘그것’을 많이 하는 직장인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일 년에 평균 3일 정도 결근을 더 많이
하였다. 이 결과를 화폐가치로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해 본다면 회사마다 상당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 본 외국회사들은
회사 생산성의 25%가 ‘그것’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렇다면 ‘그것’은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구조조정 대상 ‘영순위’에
해당될 것이다. 구조 조정되어야 할 그것은
무엇인가? 바로 과음/폭음이다. ‘그것’은
그렇다면 회사에서 구조 조정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회사는 과음/폭음하라고
자리를 깔아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직장
회식을 위해 회사가 일부러 비용을 부담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과음/폭음은 더 조장된다.
그 다음 날 회사의 생산성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래도 생산성과 과음/폭음을 함께 저울질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크기를 잘 모른다. 생산성과
과음/폭음의 관련성은 경험적으로 잘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머리로 계산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크기를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모두가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
“술은 좋~은 것이야~” 하는 문화적 믿음에
모두가 취해 있기 때문에…….
음주는 좋~은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다 같이 똑같은 양으로 마시면서
서로 소통하여야만 ‘우리’라는 의식이 생기고
그것은 결국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믿음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그야말로 신화처럼
취급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회사 생산성
감소의 일등공신인 ‘그것’에 누가 회사 비용을
기꺼이 지급할 것이며 그런 관행을 묵인할
것인가?
신화가 깨진 자리를
사람이 차지하게 되는 인간주의적 승리를 역사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음주에 관련된 신화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여겨진다. “술은 좋~은
것이야~”하는 우리의 신화를 버린다면 그
자리에 구조조정 당한 우리의 동료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과음/폭음을 구조조정하면
되는 것이다.
과음/폭음을 조장하는 직장
문화를 바꾸어야
원래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는 직장의 구조적인 특성을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에도 우리는 직원을
감축하거나 일찍 은퇴시키는 것 정도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구조조정은 근로자
개인을 직접 대상으로 고용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업무구조를 변경하려는
것이고 그 결과로 인해 고용상태가 결정되는
것이다. 즉 조정의 틀이 되는 것이 근로자가
아닌 회사 전체의 업무이다. 과음/폭음을 구조
조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루어져야 한다.
과음/폭음으로 인해 근로자의 건강과 회사의
생산성이 훼손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개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여 교육 홍보하는 것보다는 과음/폭음을
하도록 하는 회사 업무 또는 문화를 변경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근로자 개인들도 어떤
면에서는 이미 과음/폭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다. 하지만 과음/폭음을
조장하는 직장의 문화와 개인의 믿음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면을
생각해 볼 때, 과음/폭음을 구조 조정하여
생산성을 향상하려면 근로자에게 과음/폭음하지
말라는 메시지의 반복적인 강조보다는 과음/폭음을
할 수 없는 구조(환경)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회식을 하더라도 과음/폭음을 할 수 없도록
하거나 회식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또한 다음 날 회사의 업무에 지장이
될 정도로 과음/폭음을 하고 다음 날 술 냄새를
풍기면서 출근하는 것은 직장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규범이 회사에 생긴다면
회사 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음주를
하더라도 과음/폭음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생산성 향상의 문제는 전체
직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지만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가 중요하다. 과음/폭음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감소시키는 노력도 마찬가지이다.
최고경영자가 과음/폭음과 생산성 손실과의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우선적인 관심을 둔다면 비교적 쉽게
해결책이 마련된다는 것을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음주에
관한 신화에 취해 있으면 이 문제는 결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회사들을 보면 묻고 싶다.
과음/폭음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은 고려해
보았는지? 음주에 관한 우리의 믿음은 과연
불패의 신화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저울질을
한 번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김광기/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인제대학교 음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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