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현재는 전체 인구의 약 7%에 불과한 65세 이상 노인인구도 앞으로 10～15년 이내에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점차 줄어드는 출산율을 감안한다면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욱 현저히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세태에 따라 의학계에서도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제는 노인 의학이 새로운 의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이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나날이 증가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 나라들에서도 노인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함께 이에 대한 연구 지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병원 방문하는 환자 늘어

여러가지 노인 질환들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질환으로는 치매가 으뜸일 것이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 조사된 바에 의하면 당시 미국 내 치매 환자의 수가 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도 미국 환자의 비율에 의거하면 최소 50만에서 10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는 치매를 노망이라고 하여 나이가 들면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간주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따라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치매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에 이러한 환자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제는 신경과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들 중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환자의 수는 의사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환자의 수가 증가한다기보다는 치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가 이와 같이 급격하게 증가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치매란 기억력을 포함한 지적 능력 장애의 증상

치매란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처럼 질병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며, 배가 아프다거나 소화가 안 된다고 하는 것처럼, 기억력을 포함한 지적 능력 장애의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가 듦에 따라 뇌 세포의 수가 줄어들게 되며(30세 이후부터는 하루에도 수 만개씩 뇌 세포가 죽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뇌 기능이 점차 감소하게 된다. 노인이 되면 걸음도 느려지고 돌발적인 상황에서 대처하는 반사능력도 감퇴해 젊은이에 비해 자주 넘어지게 되는 것처럼, 기억력이나 그 외의 전반적인 지적 능력도 감소하게 된다. 흔히들 노인이 되면 고집이 세지고 과거의 습관에 집착하게 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것도 이러한 뇌 기능의 감소와 무관하지는 안을 것이다.

많은 노인들이 과거에는 전화번호를 한번만 들으면 잊어버리는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아무리 들어도 기억할 수가 없으니 이런 것이 치매가 아니냐고 물어온다. 이러한 증상만으로 치매라고 할 수는 없으며, 이보다는 연령의 증가에 의한 정상적인 인지기능의 감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의학적인 정의 상 치매란 이러한 기억력 및 인지기능의 감소가 개인의 사회생활이나 직업 생활에 장애를 초래할 때로 국한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를 규정한 배경에는 특별한 질병이 없이 단순히 연령의 증가에 의해 발생하는 지적 능력의 감소는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감소하지는 안는다는 것이다.

특정 뇌세포가 빨리 손상됨에 따라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

노인에서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들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알쯔하이머씨병이라고 불리는 노인성치매와 중풍 혹은 뇌졸중에 의해 발생하는 혈관성치매를 들 수 있다.

노인성치매는 특정 뇌세포가 정상인에 비해 빨리 손상됨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이러한 질환들을 퇴행성질환이라고 부르며 노인성치매 이외에도 파킨슨병과 같은 질환도 이러한 퇴행성질환의 범주에 속한다. 노인성치매 환자에서 「왜 뇌세포가 빨리 죽느냐」하는 것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전적인 성향이나 여러가지 외인성 요인들이 관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례로 노인성치매 환자들 중 가족이나 친척 중에 치매환자가 있는 사람들이 약 25%에 이르며, 형제나 부모 중에 치매환자가 있는 경우에 노인성치매가 발생할 위험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약 3.5배나 증가한다. 이 외에 고혈압, 당뇨병, 머리의 외상, 알루미늄, 농약, 비료 등도 노인성치매의 발생 위험율을 올린다고 하니 이러한 요인들을 조절하는 것이 노인성치매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노인성치매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신경학적 진찰과 함께 체계적인 인지기능 검사가 필수적이며, 뇌MRI 등의 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에 의한 치매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MRI에서는 정상인에 비해 뇌의 위축, 즉 부피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그림 1). 노인성 치매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진행되어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략 발병 후 10년이 경과하면 사망하게 된다. 현재 많은 치료 약제들이 개발되었으나 불행히도 아직까지 이 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최근에 개발된 약제들에서는 병의 진행을 일부 늦출 수 있으며, 특히 초기 환자에서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져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뇌혈관 질환에 의해 뇌기능에 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혈관성치매는 뇌혈관 질환에 의해 뇌졸중이 계속 재발하여 뇌기능에 장애를 초래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뇌졸중은 흔히 마비 등의 증상을 초래해 환자나 가족이 뇌졸중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보다는 작은 뇌졸중이 아무런 증상없이 발생해 뇌졸중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내다가 서서히 발생되는 치매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 혈관성치매의 진단에는 신경학적 진찰과 체계적인 인지기능 검사와 함께 뇌MRI 검사가 필수적이며, 뇌MRI상 다발성 뇌졸중의 소견이 관찰된다(그림 2). 혈관성치매는 노인성 치매와는 달리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뇌혈관 질환의 주된 원인이 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심장질환 등을 철저히 조절하고, 뇌졸중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뇌졸중의 재발을 예방하는 약제들을 규칙적으로 복용함으로서 혈관성치매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혈관성치매가 있는 경우에도 이러한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이외에도 뇌염, 뇌종양, 뇌수종, 갑상선 질환, 약물 중독,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에서도 치매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원인이 되는 질병의 치료를 통해 치매를 완치할 수 있다.

흔히들 치매하면 불치의 병으로 간주하고 쉽게 치료를 포기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는 않더라도 증상을 좋아지게 하거나 최소한 진행을 늦출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증상이 조금이라도 의심이 될 때 바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손영호 /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신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