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는 젊은 층이 경험하는 대부분의 사회문제 및 건강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젊은이들의 과도한 음주는 폭력, 사고, 신체적 상해 등을 포함한 많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음주관련 연구결과에서 대학생의 음주가 건강 문제, 음주운전, 성폭행, 기물파손, 법적 문제(음주운전, 구속 등), 학업관련 문제(잦은 결석, 성적을 비롯한 학업능력 저하), 그리고 사망에까지 이르는 문제를 유발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20대의 음주로 인한 사고 및 상해로 인한 사망률이 20.4%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이처럼 대학생을 포함하는 젊은 층의 음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얼마나 술을 마시나?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 대학생 중 술을 마시는 학생의 비율은 90%가 넘는다. 미국대학생의 음주자 비율이 70%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한국대학생의 음주자 비율은 더욱 높게 느껴진다. 또한, 건강에 가장 해롭다고 할 수 있는 폭음(한 번에 5잔 이상의 음주)을 하는 비율은 50% 정도이며, 한 달에 한두 번 이상을 취하도록 마신다는 비율도 남학생 73%, 여학생 40%로 결코 낮은 비율이라고 할 수 없다.

이만큼 우리나라 대학에서 음주는 거의 빼놓을 수 없는 대학생활의 일부이며, 이러한 현실에 대해 허용적인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대학사회에서 형성되는 음주습관이나 태도는 후배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서까지 계속되어, 결국 우리 사회 전반적인 음주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학생 음주에 기여하는 사회적 영향은 무엇인가?

대학생 음주에 기여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다. 우선 개인요인으로써 개인의 성격, 음주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태도, 알코올 분해와 관련된 신체적 요인 등을 들 수 있고, 가족요인으로써 부모의 술에 대한 태도, 부모의 음주 정도, 가족 내 알코올 문제 등을 들 수 있으면, 사회적 요인으로 사회의 음주문화, 음주정책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이 글에서는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중심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개인적 요인이나 가족 요인에 비교하여 사회적 영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길을 가장 잘 안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사회적 영향으로는 첫째,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허용적인 술 문화를 들 수 있다. 술자리가 업무의 연장으로 인식되는 사회,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술이 강요되는 문화, 고의적으로 독한 술을 만들어(일명 「폭탄주」) 서로 먹이고 마시는 문화 속에서 도대체 대학생들이 누구를 역할모델로 삼아야 하는가? 실제로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음주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한국의 음주문화를 매우 허용적이고 술을 강권하는 문화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이는 개인의 음주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 팽배해있는 집단주의 문화는 음주행태에도 그대로 답습되어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음주를 조장한다.

둘째, 대학 내 음주정책의 부재이다. 이는 한국 음주정책의 취약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특정한 기간이나 시기에 제약 없이 주점을 개설할 수 있다. 이는 대학생 음주를 크게 부추기는 작용을 하는데도 특별히 음주와 관련된 규정이 있는 대학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구의 대학들은 캠퍼스 내 음주와 관련된 뚜렷한 규율이 있으며 이를 엄격하게 실행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음주정책의 내용의 예를 들면, 대학 내 지정된 곳 혹은 시간 외의 음주 제한, 미성년자의 음주 적발 시 부모와의 면담 의무화, 대학 내에서 술을 판매하는 사람의 음주문제 예방 교육 의무화, 적정음주 이상 음주 규제 등을 들 수 있다. 캠퍼스 내의 음주정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 대학생이 90%가 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셋째, 대학생들의 놀이문화가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로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학생들은 술 마시는 가장 큰 이유로 「친구들과 어울리려고」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 「다른 할 일이 없기 때문」을 꼽았다. 이러한 결과는 대학생들이 가진 전반적인 음주문화 일부를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사람을 만나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자리에 음주가 거의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라는 점이다.

결국, 사람을 만나는 대부분의 장에서 술을 마셔야 하는 문화이며, 대학사회에서도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문화가 거의 부재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한 대학생 음주연구에 따르면 운동과 같은 활동에 몰두하는 것이 폭음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알코올문제 예방 프로그램에서 대안문화를 개발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대학생 음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

이와 같이 대학생의 음주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볼 수는 없으며 그 원인을 개인이나 가족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환경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음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개인, 가족뿐 아니라 사회적, 정책적 차원에서 이를 실행하고 접근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슬기 |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