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에는 남성클럽(fraternities)과 여성클럽(sororities)이 매우 특이한 형태로 존재한다. 다민족 국가에서 인종적 결집을 유도하고자 형성된 자연발생적 백인 학생 클럽이다. 같은 대학의 클럽 출신은 졸업 후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매우 강력한 사회적 인맥을 형성한다. 그래서 학연이 미국의 정계와 재계에서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클럽구성원들은 새 학기가 되면 우수하고 똑똑한 학생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며, 멤버십을 강화시키고자 남성클럽과 여성클럽이 연합파티를 열기도 하고, 시내 곳곳에 있는 클럽하우스에서 자기들끼리 파티를 하기도 한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 술이다.

미국 대학에서도 과음으로 인한 음주문제 발생

나라마다 그런 유형의 대학들이 하나 정도는 있듯이 미국 동부의 명문인 보스턴대학은 우리나라의 K대학쯤으로 여겨지는 음주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 대학이다. 물론 외국대학생들의 음주문화와 패턴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판이하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집단적, 무차별적으로 음주에 노출되어 있다면, 미국 대학생들은 좀 더 특별한 상황에서 음주문제가 발생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보스턴대학은 남성클럽과 여성클럽의 멤버십이 강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선후배 간에 유대관계가 강해서 사회적으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사회적 성공을 돕고 있다. 결집력이 강한 만큼 음주문제 역시 큰 문제로 등장한다. 종종 과음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직간접적인 음주피해가 대학과 지역사회에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클럽구성원의 음주문제를 제한하도록 대학당국에 호소

미국 대학생들의 음주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연간 약 1,400명의 대학생들이 음주 관련 사고로 사망하고 있으며, 약 50만 명의 대학생들이 음주 관련 사고를 경험하고 있다. 약 7만 명의 대학생들이 음주로 인해 강간을 당하고 있다. Greek 클럽(남성, 여성 클럽)이 있는 대학에서 음주 관련 문제가 현저히 심각하다. 그래서 미국알코올남용 및 중독연구소에서는 미국 내 심각한 음주문제를 감소시키고자 특별히 Greek 클럽(남성, 여성클럽)에서의 음주문제를 집중적으로 제한하도록 대학당국에 호소하고 있다.

미국 대학생의 44%, 우리나라 대학생의 65%가 폭음자

헨리 웨슬러(Henry Wechsler)는 거의 평생을 대학생 음주문제를 연구한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교수이면서 연구자이다. 그는 대학생 폭음(binge drinking)의 개념을 구체화하였으며, 간접음주피해(secondhand effect)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였다. 현재 학계에서는 그의 폭음과 간접음주피해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폭음자란 지난 2주 동안 한 자리에서(혹은 하루 중) 5잔(여학생은 4잔) 이상의 음주를 한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 잔은 표준 잔(12g 내외)을 의미하므로 우리나라의 소주잔으로 약 6잔(여학생은 5잔) 정도의 음주를 말한다.

미국 대학생의 44%가 폭음자이다. 반면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약 65%가 폭음자이다. 폭음자로 분류된 학생의 약 50%가 학업과 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하며, 약 35%의 학생들이 매우 위험한 성행위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50% 이상의 학생들이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 그는 작년 80세의 나이로 하버드대학에서 은퇴를 하였지만, 그는 자신 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대학생의 음주문제감소를 위한 12단계 지침을 제시하였다.

▶ 첫째, 대학 책임자는 자기 대학의 학생 음주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의 범위를 확인하라.

▶ 둘째, 대학생의 음주문제 감소를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라.

▶ 셋째, 음주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광범위한 영역까지 생각하라.

▶ 넷째, 음주의 폐해와 정확한 지식, 그리고 대학 내의 음주규범 등을 학생들에게 교육하라.

▶ 다섯째, 지역사회의 경찰, 행정관청, 고등학교 및 지역주민 등과 함께 접근하라.

▶ 여섯째, 음주자로 인한 간접피해자들을 위한 권리를 확립하라.

▶ 일곱째, 대다수의 학생이 무분별한 음주를 제한하는 정책을 지지하므로, 비 폭음학

생들과 함께 음주제한 정책을 수립하라.

▶ 여덟째, 금주기숙사 및 금주주거환경을 제공해 주어라.

▶ 아홉째, 남성클럽(fraternities)과 여성클럽(sororities)의 음주문제를 철저히 인식하고 잘 관리하라.

▶ 열째, 금요일에도 수업을 하고 주로 금요일에 시험을 치도록 하라. 그러면 일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음주하는 빈도가 감소한다.

▶ 열한째, 음주 문제자들이 상담과 치료 등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라.

▶ 열둘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 음주문제에 대한 교육을 하고 동시에 음주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대학생활에 대해 안내하도록 하라.

음주문제 감소를 위한 대학당국의 노력이 필요

최근 미국 대학들은 그의 제안에 따라 금주기숙사와 주거시설을 정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연대하여 대학생 음주 사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정책을 강하게 시행하고 있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 간에 폭음자의 비율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비록 문화는 다르지만, 헨리 웨슬러의 12단계 대학생 문제음주예방지침을 우리나라 대학에도 적용해 봄직 하겠다.

천성수 | 삼육대 교수·보건관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