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 (주)예라고 대표

『이것은 즐거운 삶의 촉매제로서, 두려울 땐 안심을, 슬플 땐 위안을, 기쁨은 배로 증폭시켜주며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과 함께 할 수 있는 묘약이다.』

즐거움, 두려움, 슬픔 등 인간의 많은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해리포터의 마법 지팡이와도 같은 ‘이것’은 바로 ‘술’이다. 술이라는 것은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이 인간에게 준 위대한 선물이라고 여겨지며, 이제는 인간 생활에 없으면 어색한 존재가 되었다. 어떤 이에게 술은 친구이자 인생이고 용기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악마이며 때로는 인생을 황폐하게 만드는 무서운 것이 바로 우리가 즐겨 마시는 ‘술’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 중에 가장 대가를 많이 치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술을 마시는 일이라는 말도 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단일 품목을 취하는 횟수까지 감안했을 때, 입으로 들어가는 것 중에 술만큼 비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술을 마시는 것만큼 귀한 시간을 많이 들이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아주 좋은 내용의 강의나 흥미진진한 영화도 2~3시간 정도 연달아 듣는다면 아무리 참을성 많은 사람이라도 몸을 비틀고 불편함을 느끼지만 술자리에서의 2~3시간은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고, 때로는 짧게만 느껴지는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세 번째, 술을 마시는 것처럼 단시간에 치명적으로 마시는 이의 건강을 해치는 활동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채근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꽃은 반만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술은 적당히 취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이 말은 인류에게 내려진 축복인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하여, 필자는 채근담의 이 말처럼 술을 권하는 것이 권력의 표현이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하나의 능력이자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까지 인식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더 즐겁게, 매너 있게 술을 마시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즐겁고 매너 있게 술을 마신다는 것은 술자리에 있는 누구나 불편함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시간에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얻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무리하게 술을 권한다거나, 또 일방적으로 상대방이 권하는 술을 거절하는 NO! 매너적인 행동은 당연히 자제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술자리에 가면 술을 마시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첫 잔은 받는 것이 예의이다. 그리고 다 같이 건배를 한 경우에는 잔을 입에 살짝 대는 성의를 보여야 분위기를 깨지 않는다. 이것이 기본적인 술자리 매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계속 술을 권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술 마시는 자리에서도 눈치코치를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술 마시기 곤란할 경우 밉지 않게 거절하고 분위기를 맞추는 방법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1. 건강관리 형

보약을 먹는다거나, 지금 건강이 좋지 않아서 특정 약을 먹는 중이라는 논리적인 이유로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형이다.

 2. 불도저 형

이 유형은 고도의 눈치코치가 필요하다. 술자리가 시작되면 미리 자신의 술 실력을 자랑하면서 자신에게 도전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전하는 유형이다. 단, 잘못하면 오히려 자신이 큰 코 다칠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3. 인맥 형성 형

이 유형은 술로 인해서 인맥까지 형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술을 먹기 곤란한 경우 평소에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사람에게 정중하게 흑기사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다. 물론 거절당할 수도 있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거절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성공한다면 술로 인해서 공통의 대화 소재를 만들 수 있고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추후 다시 만날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4. 오락부장 형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띄우면서 자연스럽게 술을 피하는 유형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은 최신 유머나 흔히 말하는 개인기, 또는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을 몇 가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려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여 웃음을 유발한다거나, 게임을 진행한다면 사람들이 술을 권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술자리에서는 언제나 생각이 나는 유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유명 MC 유재석 씨가 이러한 이미지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또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술을 마시지는 못하지만 탁월한 폭탄주 제조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 술자리에 함께한 여러 사람에게 볼거리와 재미를 준다고 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자신은 술을 많이 먹지 않게 되는 노하우가 아닐까.

일불(一不), 삼소(三少), 오의(五宜), 칠과(七過)라 하여, 「한잔 술로 끝나는 법이 없고 석잔 가지고는 부족하며 다섯 잔이라야 알맞되 다만 일곱 잔이면 과음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언제나 이 말을 기억하여 즐겁고 매너 있는 술자리가 많아지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