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미치는 술의 효과는 두 얼굴이다. 절제가 가미된 적절한 음주는 한없는 보약이 되지만 과음은 여러 질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가정까지도 파괴한다. 적절한 음주는 정신ㆍ사회적 측면에서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고 신체적 측면에서도 여러가지 좋은 효과가 많다.

여러 연구들에서 적절히 음주를 하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수명이 길게 나타난다. 적절한 음주는 허혈성 심장 질환, 뇌졸중, 치매, 당뇨병을 예방해준다. 그뿐 아니다. 폐경 여성의 에스트로젠 호르몬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어 골다공증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술이 항상 이러한 좋은 효과만을 보이지는 않는다.

술로 인해 몸과 정신이 황폐해지거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라도 당하는 경우는 본인 뿐 아니라 죄 없는 가족까지 엄청난 고통을 함께 겪어야 한다. 애주가들이 인생을 논하며 술잔에 정을 담아 주고받다 보면 자칫 건강 문제에 소홀할 수 있다. 일단 문제가 진행된 후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초기의 경고 증상 - 내성, 기억상실, 알코올성 지방간

과음으로 인해 초기에 나타나는 3가지 경고 증상에 유의해야 한다. 무심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초기의 증상은 술에 대한 내성, 취중의 기억상실, 알코올성 지방간이다. 내성은 예전과 같은 술기운을 느끼기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양의 음주가 필요하게 된 상태를 말하며, 이것은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다보면 같은 통증에 대해 더 많은 양의 진통제가 필요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인체세포의 대사가 상습적인 음주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필름이 끊기는 증상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세포가 일시적으로 알코올에 의해 마취가 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뇌 세포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자신의 술 분해 능력을 초과하는 음주로 인해 간에 지방이 축적된 것으로 이미 과음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알코올성 신체적 질환들

음주 문제를 경고하는 초기의 증상들을 무시하고 계속 절제하지 않는다면 보다 심각한 질병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술 분해 능력을 초과하는 과음을 지속하면 아세트알데하이드와 자유기라는 독성물질이 다량 생성되는데 이들이 세포를 손상시키는 주범이다.

특히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화학적으로 불안정하고 결합력이 높아 심장세포, 간세포, 췌장세포 등과 쉽게 결합한다. 이렇게 결합하여 변형된 세포는 외부의 침입에 대항하는 우리 내부 면역방어체계의 공격을 받는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다. 결국 세포를 망가뜨리고 인체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여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혼란된 방어체계는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고 결핵과 같은 감염증에 잘 걸리게 한다. 자유기 역시 지질과산화라는 산화손상을 통해 세포를 무너지게 한다. 결국 알코올성 심근병, 알코올성 부정맥, 알코올성 간 경변, 알코올성 췌장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구강 인후두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발생을 증가시킨다. 그 뿐 아니다. 대사적으로는 고지혈증과 당뇨병을 유발하며 저혈당으로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하루 2잔을 초과하는 음주는 고혈압을 발생시키고 뇌졸중의 발생위험을 4배 이상으로 증가시킨다.

알코올은 황체호르몬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젊은 여성에서는 불규칙한 생리와 불임을 유발하고 산모가 음주하는 경우 안면기형, 정신지체, 자궁 내 성장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태아알코올증후군의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여성만 피해보는 것은 아니다. 남성에서는 정자생성이 감소하고 유방이 여성과 같은 모양으로 변하는 여성형 유방을 보일 수 있으며 성기능이 억제된다. 그 외에도 만성적인 과음은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이 되고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말초 신경염을 유발한다.

알코올성 정신 질환들

알코올은 모든 정신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불안증, 우울증, 불면증 뿐 아니라 헛것이 보이는 환각 증상과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있다고 굳게 믿는 망상 증상까지 유발한다. 알코올 중독(의존) 상태로 진행되면 술을 절제하는 브레이크에 고장이 생겨 술을 끊기가 어렵다. 음주에 대한 충동이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뇌의 전두엽세포들을 알코올이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또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손이 떨린다든지 식은땀을 흘리는 등의 알코올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의존)에 이르면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영향이 심각해서 배우자나 가족들이 대부분 신경성 질환이나 불안증으로 만성적인 고통을 받는다. 특히 이러한 가족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가 심각하여 알코올 의존 환자의 자녀들을 의학적으로는 COA(children of alcoholics) 증후군(또는 알코올중독자 자녀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건강한 음주문화가 필요하다

많은 의학 관련 협회들은 여러 연구 자료를 근거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음주량을 추천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술의 종류에 맞는 문화적인 술잔의 크기로 건강한 성인남성의 경우 일주일에 14잔 이내이며 성인여성의 경우 일주일에 7잔 이내이다. 60세 이상의 노인에서는 각각 이 양의 절반이다. 또한 이 양을 한 번에 마시지 않고 여러 날 나누어 마실수록 건강에 주는 좋은 효과는 더 커진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는 서구의 문화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도 그 중의 한가지이다. 다른 사람의 건강을 배려해주는 음주문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 각자가 원하는 만큼만 마시는 원(want)샷 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선조들이 만든 한국의 문화는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수양을 강조하면서 절제를 바탕으로 한다. 술을 사랑하며 정을 나누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에게 꼭 필요한 책임은 절제가 가미된 건강한 음주문화를 계승하는 것이다.

질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 하나는 본인의 행동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발병하기 때문에 막기 힘든 질병이 있는가 하면, 본인의 절제를 통해 막을 수 있는 질병이 있다. 특히 알코올성 질환들은 막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주로 인한 질병으로 인해 본인이나 가족의 삶에 중대한 타격을 받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종성 / 충남대학교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