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애인을 만나고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고 그저 그렇게 남들이 보기에 큰 문제없이 사는 것이 세상인 듯싶지만,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고독감을 겪으며, 불안해한다. 비단 신문이나 뉴스에서 나오는 쪽방을 전전하는 노인들이나 버림받은 사람들만이 외로운 것은 아니다. 멀쩡하게 행복한 가정을 가진듯한 사람들도 외로움에 시달린다. 세상에 자기 밖에 없다는 외로움. 외롭다는 것은 사람을 공허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누군가를 갈망하게 되거나 갈망할 대상이 없으면 어떤 대상을 갈구하게 된다. 그 어떤 대상이 마약일 수도 있고 술일 수도 있다.

신경계의 활동을 마비시키는 마취제, 술

우리 사회에서는 마약을 쉽게 구할 수도 없고 마약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기 때문에 마약보다는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술이 신경세포를 천천히 자극하여 신경계의 활동을 마비시키는 마취제라는 데 있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불안이나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허해지거나 외로움이 엄습해 오면 술을 계속 해서 찾게 되며, 결국 서서히 알코올 중독에까지 이르게 된다. 술에 대한 욕구가 너무나 강해져서 때로는 이성으로 아무리 통제를 하려고 해도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데 이를 중독이라고 한다. 즉, 중독을 생리적으로 설명을 하면 우리 몸에 술이 들어오지 않으면 안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긴장이 유발되고 그 긴장을 해소하기 위하여 또 다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심리적 혼란이 야기되어 술 없이는 못살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술은 이로 인한 2차적 폐해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술은 이처럼 개인적인 문제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신 후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폐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가 된다. 종종 폭음에서 비롯된 성추행, 성폭행 등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대학에 입학한 후 음주를 한 후 계획하지 않은 성행위를 한 경험은 전체 응답자 중 남학생은 14.6%, 여학생은 3.2%로 조사되었다. 또한 성경험자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약 4명 중 1명(25.1%)이 음주 후 계획되지 않은 성경험을 하였고, 5명 중 1명 이상(22.0%)이 술 때문에 콘돔을 사용하지 못하였으며, 10명이 1명이 강간을 하거나 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원치 않은 성행위 혹은 강간이나 성추행의 직접적인 원인이 술이 아닐 수도 있다. 평소에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이성적으로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행동이 발생되지 않으나 술을 마시면 이처럼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원치 않은 경험과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술 한 잔 할 줄 알아야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고, 술 마시고 하는 실수쯤은 눈감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는 더 자신을 통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술 때문에」라고 하면서 그러한 행동을 합리화시킬 것이다. 계획되지 않은 성행위, 강간, 성추행은 술 때문이 아니라 술을 빌려서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부부 간의 성폭력도 마찬가지이다. 술을 마시면 지나치게 흥분하고 과격해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당사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취중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이성 간에는 사적인 행동 혹은 일종의 성욕 표현으로 생각하거나 결혼을 한 사람일 경우에는 「술 때문에」라고 인지하여 술을 끊기만을 기다리기 때문에 음주 후 행동이 더 양산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술은 외로움과 고독감을 달래주는 도구이기는 하나 항상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서 술을 마실 경우 결국 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못살게 되고, 더 나가서는 자제력을 잃어 폭력을 휘두르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술은 개인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술로 인한 이차적 폐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술에 대한 관대한 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술은 마약이다.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외로움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모색해 보자. 고독을 망각하기 위하여 어떤 일에 몰두해 본다면 어떨까?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든지 아니면 하늘이 가장 가까운 곳을 향하여 땀 뻘뻘 흘리며 올라가  희열감을 맛본다면 어떨까? 이도 저도 못하면 오늘 밤에는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버리는 초승달을 보면서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맘껏 상상을 해보아야겠다.

손애리 / 삼육대학교 보건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