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호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최초의 종합적인 여가조사인 『2006 국민여가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자주하는 여가활동 아홉 가지는 텔레비전 시청과 라디오 청취(68.3%), 잡담 및 통화하기(23.6%), 게임(23.4%), 목욕 및 사우나(22.9%), 음주(22.1%), 신문 및 잡지보기(20.5%), 영화보기(20.4%), 계모임, 동창회, 사교모임 등 각종 모임 참석(18.3%), 쇼핑(17.7%), 산책(16.9%), 낮잠(16.1%), 인터넷서핑 및 채팅(15.5%) 등이다.

이번 여가조사는 많은 재미있는 점을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두 가지가 특히 이목을 끈다. 우선, 사교적 여가활동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여가활동의 성별 차이가 특히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음주는 단절적 여가활동

사교적 여가활동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여가활동의 사유화와 개인화로 인한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 단절과 사이버여가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한 소통의 욕구 증대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사이버여가산업의 성장으로 말미암아 여가가 개인화되고 사유화되면 될 수록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가 차단된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타인과의 소통욕구가 증대되어 잡담 및 통화하기, 음주, 각종 모임참석, 채팅 등과 같은 사교적 여가활동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이를 다시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에는 음주, 게임, 신문 및 잡지보기 등과 같은 여가활동에 더 많이 참여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에는 잡담 및 통화하기, 쇼핑, 목욕 및 사우나 등과 같은 여가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남성의 사교적 여가활동인 음주의 경우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거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하는 평일과 일하지 않는 주휴일에 하는 여가활동이 모두 단절적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여가활동은 개인적이기 보다 다른 사람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소통적 여가활동이다. 남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사회활동이 적어서 소통욕구가 더욱 강하기 때문에 나타난 여가활동 상의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남성과 여성 중에서 어느 쪽이 자신의 여가생활에 더 만족하고 있을까? 미국 시카고대학의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몰입이론에 비추어보면 당연히 여성이 자신의 여가생활에 더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몰입하라」는 것이 칙센트미하이가 주장하는 여가이론의 핵심인데(Csikszentmihalyi, 1999; Csikszentmihalyi & Lefevre, 1989), 여기에 비추어보면 만족스러운 여가활동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즉,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이 소극적이고 정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더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당연히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여가활동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높다.

또한 여가활동 만족도는 그 활동을 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히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가진 사람의 여가활동 몰입도가 더 높고 따라서 만족도도 높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집안에서 멍청히 텔레비전을 시청한 사람보다 가족들과 함께 서울 숲을 산책하고 온 사람이 더 즐거워하고, 초보자 코스에서 막무가내로 스키를 타는 사람보다 고급코스에서 절묘하게 스키를 타는 사람이 더 행복해한다.

여가생활에서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해당 여가활동의 난이도와 자신이 가진 기술의 함수관계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연말연시. 음주보다는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또 다시 성탄절과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에 휩싸여 간다. 그리고 남성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서 별다른 기술 없이도 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모도 적은 여가활동, 곧 음주를 즐긴다. 그러나 음주를 하면 할수록 몸은 몸대로 축나고 정신은 정신대로 황폐해져 간다. 자신의 여가활동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재충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 한 해를 행복하게 마감하고 희망차게 새 해를 맞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회적 관계를 복원시키는 소통적 여가활동과 삶의 만족도를 더 높여주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가활동이 그것이다. 한강시민공원을 한 번 거닐어보고 북한산에도 한 번 올라가 보자! 디지털카메라동호회나 볼륨댄스동호회에 가입해서 진지한 여가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