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윤태 |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연말 잦은 회식과 술자리가 계속되면서 과음에 따른 구토로 식도와 위의 경계부위가 파열되어 출혈이 발생하는 말로리-웨이즈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말로리-웨이즈 증후군은 미국의 병리학자 맬러리와 네덜란드 내과의사인 바이스가 명명한 질환으로 식도-위경계부가 찢어지는 병을 말하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질환이지만 음주를 자주 하는 애주가에게는 흔히 발생할 수 있다.

과음 후 구토로 인한 식도·위 경계파열. 출혈 방치하면 사망할 수도

말로리-웨이즈 증후군은 전형적으로 위점막에 발생하지만 약 10%의 환자에서는 식도쪽 점막이 찢어지기도 하며 상부 위장관 출혈의 5~10%를 차지한다. 회식시 폭탄주등 고농도의 알코올을 마시면 구역질이 생기고 간혹 구역질에 뒤이어 구토가 발생하는데, 식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적이 큰 위에 들어있던 술이나 안주 등의 내용물이 식도 쪽으로 몰리면서 식도의 압력이 갑자기 올라간다.

이 압력차에 의해 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위의 점막이 상처를 입게 되며, 이런 상황에서 계속된 과음으로 반복적인 구토가 심해지면 점막의 손상이 심해지고 점막 밑에 위치한 혈관이 파열되어 출혈이 발생한다.

식도와 위의 연결 부위는 분문(기도와 위의 경계) 쪽으로 내려가면서 점차 좁아져서 음식물이 통과할 때 저항을 받는 곳인데, 과음으로 뇌의 구토 중추가 구토 반응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계속되는 구토로 상처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때 과다한 출혈이 계속되는 경우 심하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말로리-웨이즈 증후군에서 일어나는 출혈은 다행하게도 80~90%가 저절로 멎으며, 출혈성 경향이 있는 적은 수의 환자만이 재출혈을 일으킨다.

일반적인 X선 검사로는 이 병을 진단할 수 없고, 위장내시경검사를 해보면 식도와 위 경계부 주변에 점막 손상을 관찰할 수 있으며 때로는 상당히 깊은 상처를 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점막의 손상은 며칠 사이 저절로 아무는 것이 보통이므로 출혈이 심한 환자나 구토가 계속 진행되는 환자가 아니면 대부분 안정을 취하면 충분히 회복된다.

그러나 출혈이 심하거나 찢어진 상처가 깊어 식도의 천공이 동반되면 흉강 내로 염증이 파급되는 종격동염까지 생길 수 있으므로, 24시간 내에 반드시 내시경검사로 상처 정도를 진단한 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내시경 치료술의 발달로 온열 요법, 주입 요법, 클립 요법, 고무 밴드 결찰술 등의 특수한 내시경적 치료로 지혈과 치료가 가능하다.

독한 술은 피하고 식사 후 음주하는 습관을

말로리-웨이즈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말에 과음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이 증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알코올 도수 20%가 넘는 소주, 위스키 등은 위장에 부담을 크게 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공복에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한번에 모두 마시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음주 전 반드시 식사를 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특히 과음 후 구토와 동반되는 토혈이 있을 경우 빠른 시간 내에 반드시 내시경 검사로 상처 정도를 파악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는 애주가가 걸릴 확률이 높지만 보통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연말 술자리 등 음주량이 늘어나는 때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폭탄주 등 독주를 한번에 들이키면 자칫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염이나 위궤양은 물론 심하면 위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현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 술을 되도록 천천히 마셔 뇌세포로 유입되는 알코올 양을 줄여 간에서 해독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