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기 | 인제대학원대학 교수·인제대음주연구소장

청소년들의 음주가 증가하고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이나 여름캠프활동에서 선생님들 몰래 음주를 한다는 사실은 더는 낯선 소식들이 아니다.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중에 술 마시는 학생의 비율은 우리나라 전체 여성의 음주자 비율보다 더 높다. 지난 2월 전라북도에서 고등학교 2학년이 술집에서 소주를 맥주잔으로 마시다 사망하였다. 신문에 실리는 청소년 성폭력의 절반 정도는 음주와 관련되어 있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청소년 음주가 일부 불량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학생들에게서 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며 이로 인해 사망하거나 폭력에 관련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음주예방을 위한 법령 및 제도 개선이 필요

청소년 음주와 폐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청소년 음주예방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청소년보호법상 19세 이상이 되어야 주류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필자가 전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이 10번 정도 술을 사려고 시도해 보았을 때, 약 7번 정도는 술을 살 수 있었다. 법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며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은 위반 정도가 이보다 더 심하였다.

미국에서는 청소년 주류구매 허용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조정하고 단속을 철저하게 한 결과 한 해 동안만 846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조사보고가 있다. 청소년에게 술을 팔지 못하도록 한 법이 잘 지켜지도록 단속을 하면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조사이다.

왜 우리는 법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인가? 그 이유는 제도적 미비점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단속 목적을 위해 청소년에게 주류구매를 시도해 보도록 하고 구매에 성공하면 판매자는 법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한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단속하면 함정수사라고 해서 법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선진국들은 함정수사를 인정해 줄 뿐만 아니라 주류를 판매하는 장소나 시간을 엄격하게 정해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고만 하면 누구든지 시간에 관계없이 주류를 판매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름 방학에 청소년 시설에 캠프를 간 청소년이 술을 마셔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전혀 없기 때문에 방관할 수밖에 없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청소년이 술 마시는 것을 부모가 알면서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결과 청소년에게 사고가 생겼다면 그 부모에게 중죄를 적용, 징역 1년~3년에 처하고 벌금 2500만원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단속을 철저히 하면, 청소년들이 주류판매자를 속이고 술을 사려고 하는 경우가 생긴다. 청소년을 구분해 내는 방법을 주류 판매업자들에게 교육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노력이 지역사회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제지 없는 TV 속 주류광고와 주류회사의 마케팅 활동

청소년 음주를 조장하는 환경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주류광고와 주류회사의 마케팅활동이다. 당연히 광고와 마케팅활동에 많이 노출될수록 음주 또는 과음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에서는 TV 주류광고를 10시 이후에 하도록 법에서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대부분은 10시 이후에 편성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문화행사나 스포츠행사, 심지어 중요한 국가대표팀 경기중계에 주류광고가 이루어진다. 프랑스는 철저하게 이런 프로그램에서의 주류광고를 차단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청소년이 음주, 그것도 폭음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여도 우리나라는 아무런 제지가 없다. 공영방송이 그렇게 하여도 그렇다.

국가가 나서야 할 청소년 음주예방교육

청소년 음주폐해를 줄이려면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음주예방 교육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받았다는 학생은 30%도 안 된다. 교육내용도 매우 형식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청소년 음주예방교육은 입시수업에 밀려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과학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기관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사나 명절에 어른들로부터 술을 받아 마시게 된 경우에 부모님이나 동네 어른들의 감시 눈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을 했었던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서 오늘날의 청소년 음주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성인 개인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훈계하는 방법보다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도적으로 교육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이 음주폐해가 없는 곳에서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정책 대안 도입

청소년 대상 주류광고 및 마케팅금지, 음주예방교육 의무화, 주류판매업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강화,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 확산, 정부 및 시민사회의 역할과 참여강화는 효과적인 청소년 음주예방 대책으로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고 있는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제도를 속히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