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 대한보건협회 제주도지부 부지부장·(전)대한보건협회 사업부장

대한보건협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은 절주사업 중 모니터링 사업의 하나로 시행된 만 19세 미만 청소년의 주류 구입가능 여부를 조사한 결과, 총 579회의 구입 시도 중 392회가 성공하여 청소년의 주류 구입 성공률은 67.7%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9일간 소비자단체에서 전국 6개 대도시(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전주)를 대상으로 동시에 실시한 본 조사와 유사한 「청소년 주류 구입 가능성 실태조사」에서도 청소년 주류 구입 성공률이 66,7%로 조사된 바가 있어, 이제 청소년의 주류 구입 성공률의 수치는 몇몇 도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부산시 청소년 주류구입성공률 82.2%로 전국 최고

본 조사는 2007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전국의 주요 3개 도시인 서울시, 부산시 및 인천시의 아파트 밀집지역, 대학가 주변, 학교주변, 상가 및 유흥가의 구멍가게, 슈퍼마켓, 편의점, 백화점 및 대형할인점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었다. <표 1>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사지역 3개 도시들 중 부산시가 342회 구입 시도 중 281회가 성공하여 가장 높은 주류 구입 성공률 82.2%로 나타났으며, 다음이 서울시 49.6%(58/117), 인천시 44.2%(53/120)의 순이었다.

청소년보호법에 주류는 청소년 유해약물로 분류되고, 동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라 청소년 유해약물 판매 시 연령 확인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절차임에도 주요 3개 도시에서 약 60%(344/579) 정도가 아무런 확인 없이 주류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류 판매업체에서 주류 판매 시 「청소년에게 나이를 물어 보거나 주민등록증의 제시 요구」와 같은 청소년 여부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본 결과,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경우가 부산시가 가장 높은 71.9%(246/342), 서울시 48.7%(57/117), 인천시 34.2%(41/120)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류 판매업체에서는 청소년 보호법 22조 2항에 따라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홍보물을 부착하여, 주류에 대한 청소년 유해표시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 부산시 71.3%(244/342), 서울시 57.3%(67/117), 인천시 45.0%(54/120)로 계산대 근처 또는 업소 내부에 홍보물이 부착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조사결과 드러난 68% 정도의 주류 구입 성공률은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 주류 구입을 시도할 때 거의 무제한적이라는 그동안의 인식을 증명해주고 있으며, 청소년보호법에 유해약물로 지정되고 있는 주류 구입을 금지할 수 있는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보호 장치가 거의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실효성 없는 현행 제도와 법률이 청소년이 음주문제를 심화시켜

청소년 음주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다양한 원인에서 볼 수가 있다. 우리 사회의 음주에 대한 관대한 태도나 각종 대중매체에서 불필요한 음주장면과 주류 광고를 통한 음주 조장, 그리고 주류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쉽다는 점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주류에 대한 접근이 쉽다는 사실은 청소년의 음주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청소년의 주류에 대한 접근을 현행 제도와 법률이 규제하고 있다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이번 실시된 조사에서 주류 구입 지역 특성, 구입 장소, 판매자 성별, 청소년 확인 여부, 계산대 근처의 홍보물 부착 여부 등이 청소년 주류 구입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앞으로 효과적인 청소년 음주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청소년 주류구매 방지를 위한 주류 유통체계 개선이 필요

관련 당국에서는 지금이라도 청소년 보호법에 명시된 주류관련 법률규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주류 판매 업체에서 청소년에게 혹시 아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주류를 판매하고 있지는 않은지, 계산대 근처에 「청소년에게는 술을 팔지 않는다」는 내용의 홍보물은 부착되어 있는지 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을 한 번쯤은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류 판매업체서는 굳이 현행 청소년 보호법에 명시된 『청소년에게 청소년 유해약물 등을 판매·대여·배포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법률 규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윤리적인 측면에서 내 자식들 혹은 내 동생들이 주류를 쉽게 구입함으로써 야기될지도 모르는 청소년 음주문제를 되짚어 보고, 주류 판매 시 신분증 확인을 통해 청소년 확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며, 주류 전용계산대를 마련해 청소년 주류 구매에 대해 철저히 관리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이 지켜질 때, 청소년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으며, 올해 2월 19일 전북 완주군의 고교 2년생이 술집에서 과도한 음주로 숨진 사건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