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 대한보건협회 모니터링담당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대한보건협회가 2007년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동안 5개 대도시 (서울, 인천, 대구, 부산, 광주)에서 음주를 제한하는 음주청정지역인 이른바 「파랑새 구역」의 시행방안을 위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였다. 음주청정지역으로 제도화 도입가능성이 있는 6곳 (실외음악회, 경기장, 놀이공원, 국공립공원, 해수욕장, 종합병원) 중 4곳을 선정하여 이 구역에서의 음주실태, 주류 판매실태 및 음주 폐해실태를 모니터링 하였다. 또한 시민 1,0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공공장소에서의 음주행위 조장환경 심각

5개 대도시에서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술 판매 여부를 조사한 결과 서울100%, 인천 66.7%, 광주 71.4%, 대구 100%, 부산 62,5%의 판매율을 나타냈다. 이 수치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사서 마시기가 너무나도 쉽다는 얘기다.

술을 가장 많이 파는 공공장소로는 경기장 주변(36.8%)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잠실경기장 22개 점포, 인천 문학경기장 7개 점포, 광주 무등경기장 15개 점포, 대구 월드컵경기장 8개  점포, 부산사직운동장(야구장) 58개 점포가 있었다. 이는 경기장 주변에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술 판매 점포가 몰려 있는점과 공공장소에서의 음주행위가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장 외에 청소년이 가장 많이 가는 장소인 시민공원이나 놀이공원에도 31.1%의 술판매 점포가 밀집되어 있어 공공장소에서 점포의 술 판매 행위에 대한 규제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장소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경기장에서는 경기장 내 이동 주류판매원이 술을 판매, 술구매 후 경기장 입장가능, 전광판에 주류회사 후원광고, 외부에서 주문배달 가능, 주류 점포 100% 주류판매 행위가 나타났다. 시민공원에서는 행사에 주류 무상제공, 잔디밭 음주 허용, 관리자 통제 및 순찰 미흡, 주류 점포 주류판매, 공원이용 제한행위에 음주항목 없음 등이 조사되었다. 국공립공원에서는 산 중간의 야영장 및 정자는 음주장소로 사용, 안내표지판에 음주행위에 대한 내용 없음, 주변 점포 100% 주류판매 등이 나타났으며, 공연장(예술극장)에서는 공연관람 중 음주 허용, 주변 점포 주류판매, 안내 및 통제 행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실로 우리나라 사회의 공공장소에서의 음주행위를 조장하는 환경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다양한 음주폐해

5개 대도시에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장소에 따라 음주폐해의 종류를 알 수 있다. 경기장에서는 기물파손, 싸움, 쓰레기방치, 차량파손, 소란(고성) 등이 나타났고, 시민공원에서는 소란, 식물훼손, 잔디밭 음주, 쓰레기 방치, 신변위협 등이 조사 되었다. 국공립공원에서는 술병 쓰레기 발생, 등반 중 구조 요청, 바닥에 앉아 곳곳에서 음주행위 등이 나타났다. 공연장(예술극장)에서는 소란(고성), 행사진행방해, 청소년 음주행위, 벤치에 누워서 자는 행위, 쓰레기 방치, 폭행 및 싸움 등이 나타났다. 이것은 실제적으로 공공장소에서의 음주행위에 대한 폐해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처벌 조항이 없어 현재로서는 이에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5개 대도시에서 시민 1,0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현재 음주정도를 살펴보면 전체의 50.4%가 「월 4회 이내」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체의 22.1%는 「전혀 안 마심」으로 나타났고 21.1%는 「주 2~3회」로 나타났다. 이중 성인 1회 평균 음주량은 「소주 1~2병」이 전체의 27.3%를 차지했고, 「3~4잔 이내」가 전체의 22.2%로 나타났다. 공공장소에서 음주행위가 빈번한 장소(복수응답)를 살펴보면 1위로는 해수욕장(77.8%) 2위는 시민공원(68.5%) 3위는 유원지(61.9%) 4위는 경기장(55.9%)로 조사되었다. 이중 공공장소에서 음주 시 자주 발생하는 문제(복수응답)들을 조사한 결과 1위로는 다툼이나 폭력발생(62.3%) 2위는 소란 및 고성방가(60.7%) 3위는 쓰레기 발생 및 악취(49.4%)로 조사되었다. 그 밖에 어린이 및 청소년이 보기에 좋지 않음(43.0%), 취객에 의한 신체위협(30.5%)로 나타났다. 공공장소에서 음주행위를 보았을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49.3%가 「불쾌하다(냄새, 소란등)」으로 나타났고, 전체의 36.4%가 「근처에 가고 싶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응답하는 사람이 전체의 6.7%를 차지하였다. 이것은 응답자의 절반이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술에 대한 호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음주 제한 시 바람직한 방법

최근 선진국 대부분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일부 주를 빼면 술병을 드러낸 채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실 경우 법에 의해 처벌된다. 술에 비교적 관대한 유럽에서도 정해진 장소에서의 음주는 허용되지만 우리처럼 잔디밭에 앉아 술판을 벌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무런 법적인 제재사항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 선진국처럼 공공장소에서의 음주행위를 제한해야 할 법제정이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시민 1,012명의 응답자 중 전체의 87.4%가(884명) 「법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응답하였다.

공공장소에서 음주 제한 시 바람직한 방법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32.3%의 응답자가 「음주행위시 담배처럼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라고 응답하였다. 또한 25.5%의 응답자가 「공공장소에서 술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라고 응답하였다.

그밖에 푯말로 음주금지 표시를 하여야 한다(24.0%), 자원봉사 감시원이 권고한다(15.7%)고 응답하였다. 이는 음주를 담배처럼 과태료를 부과하고, 음주행위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술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공공장소에서 음주행위를 제한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고, 이를 법제화 하기위하여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