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많아도 적어도 탈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노년층은 물론 젊은층에게도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백화점에 비타민 전문점이 생기고, TV 건강 관련 프로그램의 이름에 「비타민」도 있으며, 비타민 에어컨, 비타민 옷 등이 잇따라 나오고, 음료업계에도 비타민 바람이 거세다. 바야흐로 마시고 호흡하고 먹고 입는 비타민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결론부터 내리면 골고루 식사를 잘 한다면 비타민이나 미네랄 보충제를 굳이 복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음주, 흡연, 다이어트를 과하게 하거나 식사가 불규칙하고 편식이 심한 사람, 빈혈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은 꼭 필요하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과 함께 5대 영양소의 하나인 비타민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신체의 각종 대사에 관여하여 신체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은 체내에서 전혀 합성되지 않거나, 합성되더라도 필요한 만큼 충분한 량이 합성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식품을 통하여 섭취되어야 한다.

현대인은 일상생활에서 비타민을 유실하는 상황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때는 모자란 비타민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비타민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연가는 비흡연자에 비해 비타민C 혈중 농도가 40% 밖에 안되므로 충분한 양의 비타민C 공급이 요구된다. 만성질환자나 노인은 항산화기능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A, C, E 섭취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칼슘이 뼈에서 이탈되어 발목, 허리, 등뼈 등이 약간의 외부 자극으로도 손상되기 쉽고 걷기도 힘들고, 피곤도 잘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칼슘의 원활한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D가 필요하다.

심한 스트레스나 음주로 식욕부진, 체중감소, 불안, 초조, 두통, 피로증상이 심각한 사람(비타민B₁ 결핍증), 구강염, 구순염 등 유난히 피부나 코, 입 주위에 염증이 잦거나 지루성 피부염이 있는 사람 (비타민B₂ 결핍증)은 비타민B 복합체의 복용을 고려 해볼만하다. 임신부라면 엽산 섭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임신부가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면 신경관 결손증 등 기형아,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병, 습관성 유산, 조산아와 저체중아의 출산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비타민의 효용을 거론할 때 선두에 서는 것은 비타민C와 비타민E 그리고 베타카로틴, 이른바 「항산화(抗酸化) 3인방」이다. 세포가 산소를 이용하여 대사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유리기(활성산소)라는 부산물이 생기는데 이것이 세포막이나 단백질 혹은 DNA의 구조와 기능을 손상시킨다. 이러한 손상이 축적되면 결국 암, 심장병, 백내장, 기억력 장애, 노화 등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유리기의 작용을 막는 것이 바로 항산화제다. 

▶ 비타민도 지나치면...탈난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타민의 과잉 섭취를 우려하고 있다. 비타민 과잉섭취가 우려되는 사람은 주로 정제형태로 된 제품을 이것저것 동시에 복용하는 사람들이다. 수용성이든 지용성비타민이든 너무 많이 먹어 몸 안에 쌓이면 각종 문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소변으로 배설되지 않는 비타민 A, D, E 등 지용성 비타민은 정상인이라도 과량 복용해선 안 된다.

예를 들면, 흡연자들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A도 전(前) 단계 물질인 베타카로틴 상태로 다량 섭취하면 오히려 폐암 위험을 높인다고 한다. 단기간에 너무 많이 섭취한 비타민A는 구토, 두통, 피부 손상 등의 증세를 부르며, 임신 첫 3개월에 비타민A를 너무 많이 먹으면 기형 신생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햇빛을 받으면 생성되는 비타민D는 하루 권장량의 다섯 배만 초과해도 식욕감퇴와 변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칼슘의 흡수를 지나치게 촉진해 칼슘혈증, 연조직 칼슘침착, 고칼슘뇨증, 신장결석 등이 나타나게 된다. 비타민E는 다른 지용성비타민들에 비해 과잉섭취에 따른 독성이 적으나 지나치면 비타민K의 흡수를 방해해 출혈시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여성들의 월경불순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비타민 B6. 하지만 영국 정부는 비타민 B₆를 하루에 10mg 이상 먹으면 신경계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였다. 비타민B군 보충제를 과다 복용하면 화끈거림, 가려움증, 손발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예방과 치료는 물론 암 예방 효과까지 있다」고 열풍을 몰고 왔던 비타민C. 그러나 비타민C가 철분 흡수를 증가시켜 철분 과다 축적으로 간, 췌장, 심장 등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오고, 우리 몸의 DNA를 손상시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으며, 구토나 설사, 신장결석, 비타민B₁₂의 흡수를 저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E, C와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산화비타민이 혈액 내에서 악성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그렇다면 비타민제를 먹어야 할까? 먹지 말아야 할까?

결론은 가급적 자연 그대로의 비타민, 즉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 등의 식품을 통해 충분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안전하다는 것이다. 식품으로 섭취할 때는 과다 섭취를 하더라도 독성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거나 평소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다양한 식단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별도로 비타민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65세 이상의 노인, 흡연 또는 음주가 과한 사람, 알레르기나 나쁜 식습관 등으로 식품을 다양하게 먹지 못하는 사람, 소화기계 질환이 있거나 수술을 받은 사람, 임신기 여성이나 폐경기 이후 여성 등은 경우에 따라 보충제 사용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심장학회에서는 비타민에 대한 완전한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비타민제에 의존하기보다 매일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라고 권장하였다. 먹고 마시고 바르고 뿌리는 합성 비타민의 종류는 수십에서 수 백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자연이 만들어준 비타민보다 더 안전하게 효능을 발휘하는 것은 없다. 하루에 다섯 가지씩 과일과 채소를 먹도록 하자. 가급적 조리한 것보다는 생것으로, 가공한 것보다는 천연 그대로가 좋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자연색을 그대로 간직한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영양보충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 단일 영양소보다는 종합영양제를 선택하자. 한 영양소만 과잉섭취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 한국인 영양권장량을 초과하지 말자. 하루 권장량은 우리 몸이 실제 요구하는 양보다 많다. 게다가 음식에서도 영양소를 섭취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이민준 / 연세대학교 식품영양과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