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직장인 A씨는 일주일에 2~3회 정도 과음을 하며, 한번 술자리를 만들었다고 하면 3차는 기본이다. 그러나 모두들 집으로 간 후에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혼자 한잔을 더 해야만 집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가끔은 너무 취해서 길에 쓰러져 자는 경우도 있으며, 지난 달에는 행인들과 시비가 붙어 두 번이나 경찰서 신세를 졌다. 술에서 깨고 나면 그 전날 일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내가 또 무슨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동료나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알코올중독자 혹은 알코올중독 가능자의 수는 4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전체 성인인구의 16% 이상이 알코올 문제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9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 간 우리나라 알코올중독 사망자의 수가 660% 증가하였으며, 과도한 음주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간암사망률이 세계 1위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중독은 이와 같은 인간의 건강에 중대한 위해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부적응, 실직, 가정불화 등과 같은 문제를 가져다 주며, 사회적으로는 살인, 폭력, 강간 등 흉폭한 범죄의 촉발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알코올중독이란?
알코올중독(Alcoholism)을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알코올사용이 그 사회에서 수용하는 범주를 초과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에서 음주를 하고, 또는 과도한 음주로 인하여 개인의 건강과 사회적인 활동이 손상을 입는 경우」라고 정의함으로써 문화적, 사회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IV)에서는 알코올관련 장애를 알코올사용장애로 명명하고 내성, 금단증상 또는 강박증상의 유무에 따라 알코올남용과 알코올의존으로 구분하고 있다.
즉, 한편 알코올남용이란 알코올의존보다는 경미한 상태로 심한 갈망, 금단증상, 술에 대한 자기조절능력의 상실 등의 의존적 증상은 없으나 술로 인한 신체적, 심리 사회적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술을 마시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알코올중독과 관련되어 문제알코올, 문제음주 혹은 알코올문제(alcohol problem)라는 용어도 흔히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알코올사용이나 남용에서 기인하는 좋지 못한 결과와 관련되어 사용된다. 이것은 명확하게 앞에서 설명한 알코올남용이나 알코올의존의 진단을 포함하고 있지만, 한 두가지 알코올의존 증상을 가진 경우처럼 알코올의존의 진단이 내려지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알코올중독이 가져오는 문제는?
장기간 많은 알코올의 섭취는 설사, 위염, 췌장명,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증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폭음은 구강암, 설암, 인두암, 식도암, 위암, 결장암, 간암, 췌장암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알코올중독자는 흔히 퇴행성 심장병, 영향결핍증, 만성적 뇌 손상을 발전시킨다. 알코올중독 여성은 흔히 불임과 빈번한 부인병으로 고생하며, 임신중의 음주는 태아에게 경미한 신체적 및 행동적 결함에서부터 치명적인 알코올증후군과 같은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알코올중독 가정의 아동은 다양한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들은 낮은 지능지수, 낮은 언어점수, 낮은 읽기 점수를 나타낸다. 또한 비중독 가정의 아동보다 높은 불안과 우울의 수준을 보이며, 가족 결속력이나 표현성, 독립성, 지적인 지향수준이 낮고, 높은 수준의 갈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술이 한 문화권에서 이용되고 조절되는 양상은 음주행동의 사회화, 음주행동이나 만취행동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 및 통제, 음주습관 등 음주의 사회 문화적, 심리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음주행동에 미치는 사회문화적 요인의 영향이 매우 강하고 독특하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사회가 술을 권하고 술을 강요한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한국인의 음주에 있어서 사회문화적 요인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또한 한국인들은 음주 및 만취행동에 대한 태도가 관용적이며, 알코올중독을 정신질환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낮다는 점에서 알코올중독의 발생이나 회복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건전한 음주문화의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사회 문화적 요인이 알코올중독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연구가 미약하고 아직 실증적인 자료가 부족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코올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정도도 낮으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과도하게 술을 권유하고, 술로 인한 실수에 매우 관대한 문화에서 살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사회문화적 요인은 알코올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개연성을 충분히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코올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분위기를 조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음주문제와 알코올중독의 문제의 심각성을 하루바삐 인식하여 무엇보다도 음주문화의 병폐를 건전하게 이끌 수 있는 문화운동의 전개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한국알코올과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