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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주하는 음주문화가 필요하다
흔히 술과 관련된 문제를 건강이나 인간관계 속에서만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음주로 인한 문제가 사회의 모든 영역에 뿌리내리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의 폐해가 심각하여 공공장소를 비롯한 여러 시설에서 흡연을 제한하고 있다. 이것은 원치않는 담배연기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국민의 권리가 인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주로 인해 받아야 하는 간접적인 피해는 막연히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간접음주의 폐해를 줄여 보고자하는 어떠한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음주가 사회에 미치는 직, 간접적인 피해
먼저, 술이 사회불안에 기여하는 측면이다. 미국의 각종 비행과 범죄의 70~80%가 술과 관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살인자의 86%, 피살자의 60%가 술을 마신 상태였으며, 폭행사건의 72~79%, 강간사건의 31~50%가 술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에도 술이 관여하고 있다. 산업장 사고의 47%, 교통사고의 59%, 기타 치명적인 사고에서 60~83%까지 술이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술이 아니었다면 사회는 훨씬 더 편안하고 살기 좋은 곳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술이 가정에 미치는 영향이다.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학대의 65~77%가 술과 관련이 있으며, 부부폭력의 52%가 술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학대와 폭력이 가정을 파괴하고, 해체된 가족들은 다시 알코올을 찾게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미국의 국립 알코올남용과 알코올중독연구소(NIAAA)에서는 알코올남용으로 인한 피해가족의 숫자가 전 세계적으로 약 36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이 모든 피해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으로 인류의 평균수명 감소에 술이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술로 인한 수명감소량이 남성의 경우 3.13년, 여성은 1.11년이나 된다. 이 수치는 알코올로 기인된 모든 사망자를 조사해 산출한 것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의 몫까지 계산된 것이다. 더해서 습관성 음주자는 수명이 약 8년 정도 감소된다. 평균수명의 3.13년은 현존하고 있는 모든 암으로 인해 손실되는 수명량과 비슷한 길이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한해동안 발생하고 있는 모든 사망자의 약 12%가 술과 관련되어 있음을 생각할 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네 번째는 술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직.간접적인 음주관련 손해비용이 연간 약 13조 6천 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금액은 GNP 대비 2.75%에 해당하며, 이웃나라인 일본의 1.85%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손실액의 비중이 훨씬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 금액을 개별적으로 계산해보면 1인당 약 30~35만원으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약 120~140만원 정도가 소비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통계치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환산한 금액이므로 실제 음주자 가족이 부담하는 경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알코올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피해가 큼에도 불구하고 술에 대한 매우 관대한 문화적 특성 때문에 술에 대한 어떤 규제적 제도를 수립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술에 대해 어떤 부담과 통제를 가하고자 한다면, 그에 대한 저항이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앞에서 소개한 음주로 인한 피해가 본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술만이 갖는 묘한 마술적 요소 때문이기도 하다.
음주문제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대로는 않된다. 1990년 이래로 음주음전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하고 있지만, 음주운전 사고율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들 중 50%이상이 술을 잘 마셔야 출세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규제를 가하더라도 술에 대한 이와 같은 인식이 있는 한 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실제로 구미 각 국에서는 지난 100여년 동안 알코올 소비를 줄이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 오고 있다. 그러나 여러 다양한 음주정책들 중 가장 실효성이 낮은 방법이 규제적 방법이었다. 사실 법률적인 대응이 가장 소극적인 대처방법이다. 적극적인 대처방안이란 전 국민의 의식과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적, 법.제도적, 사회심리적,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대상별 접근 전략을 수립하여 총체적으로 접근해 갈 때 비로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때, 비로소 개인은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가 밝고 건강해 질 것이며, 우리 국민의 사회적 삶의 질이 최고의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다.
과거 한때 담배를 권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권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전혀 실례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간접흡연의 폐해가 심각하여 흡연자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문화란 사회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되는 지식.신념.행위의 총체이다.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이 더 이상 「귀하고 소중한 것」이 아닌 「해로운 그 무엇」으로 인식하고 있다. 간접음주의 피해 역시 담배 못지 않게 심각하다. 간접음주란 음주자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시간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관계를 원활히 하고자 활용되는 술이 오히려 인간관계를 서먹하게 하고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끼치는 물질이 되었다. 술판을 주도하는 10%정도의 술꾼들에게 더 이상 이끌려서는 안 된다. 술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그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생을 위한 절주교육의 실제(대한보건협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