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할 때 아기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주어야

수유를 했는데도 아기가 안정되지 않고 지나치게 자주, 또 오래 우는 아기들이 있다. 아기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상황에 부딪치게 되면 엄마들은 당황하게 마련이다. 아기가 수유 후에도 만족스러워하지 못한다면 이를 단지 「아기의 먹는 문제」로만 생각하지 말고 아기를 불편하게 하는 다른 원인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아기들은 다른 아기들보다 더 많은 음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아기에게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을 수유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잘못이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기들이 원하는 만큼을 먹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기들은 필요한 만큼만 먹을 줄 아는 조절기전이 있기 때문에 모유나 올바른 방법으로 조유된 조제분유를 섭취하면서 체중과다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수유할 때는 아기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주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은 아기가 수유 후에도 「만족해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고형식을 시작하거나 분유를 바꾸는 것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특히 고형식의 시작 시기는 단순히 아기의 월령 만이 아니라 발달 정도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신생아에게 고형식은 금물

1960년대에는 아주 어린 영아에게 고형식을 먹이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기들이 생후 6주에 고형식을 먹고 있었으며, 심지어 출생 첫 주부터 먹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나치게 체중이 늘거나 고삼투성 탈수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고형식을 너무 일찍 먹인 것이 주된 원인이었으며 조제분유가 아닌 영양소 몇 가지만 강화된 전지분유를 먹인다던가 분유를 진하게 타 먹여서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생후 첫 몇 주 동안은 아기의 장이 매우 약한 상태이므로 글루텐이 함유된 이유식을 먹일 경우 실리악병 이라는 만성지방변증이 생길 수도 있고, 식품 알레르기에 대응하는 분비형 면역 글로블린(secretory IgA)이 아직 부족한 아기들이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적어도 백일이 될 때까지는 불필요하게 잠재적 항원을 먹이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젓병에 이유식을 섞어 먹이지 말자

조제분유를 탈 때 고형식, 특히 이유식을 첨가하는 것이 널리 유행한 적이 있었다. 왜 부모들이 그렇게 하게 되었는가는 분명치 않지만 먹이기 편하고, 아기가 밤새 잘 자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신생아에게 제대로 조유된 분유에 이유식을 더 넣어서 먹이는 것은 열량이 증가되고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앞에서 언급한 이유식을 조기에 실시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반대로 분유를 덜 넣고 그 대신 동량의 이유식을 넣는 경우에는 열량 및 영양소의 농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해 영양부족이 우려된다.

식품공전에 의하면 조제분유는 원유 또는 유가공품을 주원료로 하여 모유성분과 유사하게 제조, 가공한 분말상의 모유 대용품이며 이유식은 영유아의 이유 및 영양 보충을 목적으로 곡류, 두류, 서류 등 전분질을 주원료로 한 영유아용 곡류 조제식이다. 조제분유가 모유의 영양성분을 모방했다면 이유식은 성인식의 영양소 구성에 따라 제조했으므로(그림1) 둘을 혼용해서 사용해선 안된다. 더구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과립형으로 제조한 이유식의 경우 부피에 비해 영양소가 적을 수밖에 없으므로 분유 5스푼을 빼고 이유식 5스푼을 넣는 경우 열량 영양소를 비롯한 여러 영양소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표1).

그림 1) 조제분유와 이유식의 열량 영양소 조성의 차이

표 1) 분유 반, 이뷰식 반으로 먹일 경우 부족한 열량 영양소

무턱대고 분유를 바꾸지 말자

영유아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조사결과들을 보면 20～25%의 아기들이 출생 후 6주 내에 분유를 바꿨다. 그 이유는 다양했으나 대부분의 경우 우유 알레르기나 아기가 사용중인 분유에 만족을 못하기 때문이었다. 영국에서는 우유 단백을 기초로 한 다른 분유로 바꾸는 경향이며, 미국에서는 우유 단백 분유에서 대두 단백 분유로 바꾸는 편이다.

이론적으로는 설명할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유단백질을 기초로 한 조제분유간의 교체가 자주 일어난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모유와 유사한 유청단백 조제분유부터 먹게 되기 때문에, 교체하는 경우 카제인 단백질 조제분유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카제인 조제분유에 비해 유청단백 조제분유가 아기를 덜 만족시킨다는 잘못된 생각이 분유의 교체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는데, 생후 3개월이 되면 카제인 조제분유로 바꿔서 수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들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연구결과는 없다.

아기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분유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분유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부모들이 불필요하게 분유를 교체해 질병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김희선 / 매일유업 영양과학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