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 미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필연적인 결과로 보인다. 예뻐지고 싶은 심정이야 누가 탓하겠는가? 남에게 잘 보이고 싶고 기왕이면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열망은 인간이 가지는 본능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에게로 향한 열정적 에너지가 있는데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이 에너지가 건강하게 발산된다면 이상적인 자기상을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성형 열풍을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에서 불고 있는 성형 열풍은 분명 정상적인 괘도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너도나도 열풍에 휩싸여 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 젊은 여성들뿐 아니라 중년 여성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방학을 이용한 초등학생 성형이 유행이라고 하니 할말을 잃게 된다. 그럼 왜 이렇게 남녀노소가 없이 성형수술에 매달리는 것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최근에 와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분명 사회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현대사회의 스피드화, 말초주의, 감각주의도 성형열풍의 공범이다. 과거와 같이 사람을 판단할 때 내적인 요소를 고려하고 말고 할 시간이 없다. 「진국이다」이런 건 더 이상 통하는 사회가 아니라 보고 그 순간 판단해 버린다.

유명 연예인들을 내세워 짝 지워주는 텔레비전 프로가 인기 절정이다. 그냥 보고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러니 뭘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그저 날씬하고 예쁜 사람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다. 속이 꽉 차고 어쩌고 자랑하다가는 시집, 장가가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성형수술에 대한 잘못된 기대는 큰 후유증을 낳기도 한다. 수술 후 만족하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재수술에 재수술을 거듭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관상 봐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본인은 문제가 있다고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의학적 측면에서는 이런 사람을「신체이형장애」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외관상 별 문제가 없거나 아니면 아주 사소한 문제를 너무 지나치게 확대해서 남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라는 등의 고민을 한다.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신체의 성형에 앞서 마음의 성형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다.

성형수술 자체를 굳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수술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면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진국인 사람」을 알아보고 대접해 줄 수 있다면 불필요한 수술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신영철 /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