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만 해도, 담배는 커피나 홍차 등과 함께 우리 나라 성인 남성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기호품의 하나였다. 그래서 한때 우리나라 성인 남성 열 명 중 여덟 명이 흡연을 했을 정도로 담배는 인기 기호품에 속했던 것이다.

이때 이미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1950년대 이후 대규모 질병역학 연구들을 통해 흡연이 여러가지 질병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특히 담배 연기에 직접 노출되는 기관지 계통의 암, 예컨대 폐암이나 후두암 발생에 담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상태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의학적 사실조차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고 설사 이런 사실이 뉴스로 알려져도 이에 대해 거의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흡연율을 떨어뜨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금연분위기의 확산

이런 우리나라의 흡연 현실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사람들은 역시 매일처럼 흡연과 각종 질병 발생간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논문을 접하는 질병 역학자들 일 수밖에 없다. 흡연이 이미 이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된 사망원인이 되고 있는 암이나 심혈관계통 질환의 가장 큰 원인임이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흡연자들의 흡연행위가 주위의 비흡연자들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는 소위 간접흡연의 피해사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질병역학자들의 걱정과 고민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뜻을 같이하는 몇몇 질병 역학자들이 국내 소비자 운동가 등과 함께 민간 금연단체인 한국금연운동협의회를 만든 것이 1988년의 일이다.

안타까운 일은 이미 1970년대 이후 유행처럼 번진 우리나라 사람들의 흡연습관의 건강적 피해가 지금 각종 질병이나 사망통계상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는 점인데, 특히 그 동안 비교적 낮은 비율을 보이던 성인 남성들의 폐암사망이 급격히 증가해서, 1999년을 시작으로 위암사망을 앞지르게 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폐암 사망의 증가는 지금 전 국민이 금연을 한다해도 그 동안의 흡연으로 인한 영향으로 최소한 10년 정도는 계속될 것이 분명한 일이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이런 내용의 정부나 민간활동 지원 근거를 마련한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에는 범국민금연운동본부까지 만들어 대대적인 금연홍보에 나섬으로써 2010년까지 성인흡연율을 지금 선진국 수준인 30% 수준으로까지 낮추는 목표달성이 어쩌면 앞당겨질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마저 갖게 한다.

한때, 우리처럼 높은 흡연율을 보이던 선진 외국들에서의 경험을 보면, 역시 흡연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금연분위기의 확산이다.  한마디로, 흡연하는 행위가 부끄러운 행위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흡연의 갖가지 나쁜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일이 필요하다.

정부와 보건인들이 금연분위기 확산에 앞장서자

흡연이 남과 나의 건강을 해친다는 과학적 사실은 물론, 담배연기와 꽁초가 우리의 환경을 얼마나 크게 오염시키는지, 그리고 해마다 흡연관련 질병으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와 담뱃불로 인한 화재 피해 등을 널리 알림으로써 흡연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흡연행위를 부끄럽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정책이 이런 사회적 금연분위기 확산을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정부의 금연종합대책 발표나 범국민 금연운동본부의 발족 그리고 담뱃값 일부 인상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금연열기가 일고 있는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절대금연 건물을 지정하고 금연지역을 확대하며 담배광고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여러가지 추가적인 금연정책을 펴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소위 애연가 단체라는 것이 버젓이 광고성 활동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고 길거리에 담배를 피워 문 사람들이 활보를 하고 있으며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차창 밖으로 보란 듯이 타는 담배를 내놓고 재를 터는 운전자들이 즐비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런 사회분위기를 바꾸는 일에 가장 앞장서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담배의 건강적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의료인이나 보건인들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에서 가장 강력하게 금연홍보와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가 바로 의사협회나 보건협회 그리고 암 협회나 심장병협회 같은 보건의료단체라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점에 있어서 우리나라 의료인과 보건인들의 역할은 참으로 보잘것이 없는 상태다.

강력한 항생제와 여러가지 세균성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의 개발로 그 동안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세균성 전염병들이 거의 정복된 지금, 대부분의 만성 비전염성 질환 발생에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흡연을 막는 일은 국민건강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일이라는데 누구도 의심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연은 아무리 늦어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닌 가장 바람직한 건강행위라고 할 수가 있으며, 따라서 이일을 위한 보건의료인들의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은 것이다.

맹광호/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예방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