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위가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 하는 도심속으로 나가보자. 500년 역사의 서울을 느낄수 있는 남산한옥마을, 정동, 인사동 거리. 지금까지 숨가쁜 개발의 세월에도 기와를 걷어내지 않고 흙 묻은 토기, 엽전 한 닢, 무명화가의 그림 하나 하나를 너그러이 품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파리의 샹젤리제, 뉴욕의 소호 같은 그 나라와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곳이다.

오랜 세월의 가치를 알려주는 공간 인사동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리면 안국동 사거리 초입에서 또는 종로2가 사거리를 통해서 들어올 수도 있다.   

갑오개혁 당시 한성(서울)의 행정구역은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의 5개 부와 47개 방, 775개 동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중 중부 관인방(寬仁坊)에 속해 있는 큰 절이 있던 마을을 큰절골(대사동 大寺洞)이라 불렀는데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관인방과 대사동의 가운데 글자 인(仁)과 사(寺)를 따서 만든 곳이 오늘날 인사동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시끌벅적한 거리와 노점상, 진열장에 전시된 아름다운 빛과 선의 전통 공예품, 향 그윽하고 정갈한 전통차, 멋스럽고 투박한 주점, 국내외 예술인들의 끼와 혼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거리를 가득 매우고 있다.

특히 골목 곳곳에 1백여 개가 넘는 화랑이 포진해 있다. 연중 회화, 한국화, 판화, 조각전 등 각종 전시회에서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실험적인 작업을 펼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예술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무조건 화랑문을 열고 한 번 들어가 보자. 입장료도 없이 미술작품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인사동의 미술관들을 둘러본 후, 미술관 순환버스를 타면 더 많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승차료 1천원으로 인사동~사간동~순화동~평창동 지역에 있는 미술가와 화랑 10여 곳을 둘러볼 수 있다. (문의 : 가나아트센터)

기와와 흙길이 정겨운 곳, 남산골 한옥마을

지하철 3,4호선 충무로 대한극장 맞은편에 자리한 남산골 한옥마을은 부마도위 박영효가옥 등 5채의 전통한옥을 복원하고 전통정원, 정자, 연못 등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전통문화공간이다. 원래 수경사 터였다가 4년간 조성공사를 거쳐 97년 일반인에 개방됐다.

박영효 가옥은 시즌이면 주 2, 3회 전통혼례가 열리는 곳. 전통찻집 다사헌으로 쓰이는 도편수 이승업 가옥이나 도자공예와 각종 공예품이 상설 전시되는 전통공예관도 들러볼 만하다. 야외마당에선 연중 전통연 만들기, 대보름 행사 등 전통문화체험 이벤트가 펼쳐진다.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쉬는 거리, 정동길

덕수둥 돌담길로 불리던 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방향 출구로 나와  덕수궁 대한문에서 정동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이 곳은 가을의 은행나무 단풍이 유명하지만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연인끼리, 친구끼리 걸으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양쪽으로 줄지어 늘어선 커다란 은행나무 사이로 덕수궁, 정동제일 교회, 신아 기념관, 이화 여고, 심슨 기념관 등 역사를 느끼게 해주는 고풍스러운 근대 건축물이 얼굴을 내밀고 덕수궁 궁중유물 전시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정동극장, 정동문화예술회관 안에는 온갖 작품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연 / 건강생활 기자